11일 ‘카카오모빌리티 MBK 매각 반대’ 기자회견
노조·시민단체 “MBK 매각 시 노동자·소비자 피해 불가피”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선언했던 경영진들은 상생과 책임 대신 회피와 매각을 선택하려 하고 있다.”
11일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장은 ‘카카오모빌리티 투기자본 MBK 매각 반대’ 기자회견에서 “프로서비스 유료화, 스마트호출비 인상 등 논쟁적인 정책결정에 있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며 “카카오는 이런 경영실패를 책임지고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카카오모빌리티 노동자들과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카카오는 10%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해 2대 주주로의 지분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57.5%를 보유한 1대 주주다. 글로벌 사모펀드 TPG컨소시엄은 약 24%, 칼라일그룹은 6.2%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매각하고, MBK파트너스는 TPG컨소시엄 또는 칼라일그룹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MBK파트너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최대주주로, 카카오는 2대 주주로 내려앉게 된다.
◇ “사모펀드 운영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꼴”
이날 서 지회장은 “겉으로는 상생과 책임, 소통을 말하면서 속으로 매각을 진행중이었다니 표리부동의 극치”라며 “전 국민이 이용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것은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에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할 경우, 정리해고 등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정민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도 “투기자본으로 인수된 회사의 노동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이미 봤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는 외주보안 노동자들을 집단해고하고 인원 충원 없이 부서 통합운영을 하는 등 인건비를 줄여 자신들의 배만 불리기에 급급했다”며 “MBK는 인력감축과 더불어 부지, 연수원 등을 매각하고, 결국 매출이 높은 매장까지 팔아 치우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투기자본의 속성은 강도와 같다. 자신들의 노력 없이 남의 것을 탐하기만 한다. MBK로 매각되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노동조건은 열악해지고, 회사는 빈껍데기로 남아 또다시 매각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갖고 있는 데이터는 방대하다. 이 데이터는 국민들이 직접 이용하면서 만들어준 것이다. 데이터 활용과 관련 규제나 통제 규정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데이터에 대한 문제가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며 “또 소비자에게 더 비싼 요금제가 나오는 정책도 문제가 됐는데, 사모펀드에 매각되면 이같은 현상이 상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전 계열사 임직원 대상 카카오모빌리티 반대 서명
향후 카카오 노조는 CAC와 3차 협의일정을 조율하고,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실무교섭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반대 서명운동도 지속한다. 또 MBK파트너스를 대상으로 하는 매각 반대투쟁과 카카오 신규오피스 판교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서 지회장은 “서명 3일만에 카카오 계열사 최초 과반노조가 됐다. 조합원 가입은 현재도 게속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가입율 70%에 근접하고 있다”며 “회사에겐 몇 가지 안건을 제시했다. 김범수 전 의장의 출석에 대해서만 답변하고 나머지에 대해선 답변이 없는 상황이지만 대화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는 성장 자체가 수익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가치와 꿈을 갖고 시작했다.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내부적으로 기업문화는 스타트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기존 재벌체제에서 나타난 대기업의 의사결정과 비슷하다. 수익을 위해 사회적 책임이나 이미지를 포기하면서까지 매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사에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네이버 노조 등도 카카오 노조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반대를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겠단 계획을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은 IT업계 전체에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단 이유에서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IT 기업의 성장 동기는 결국 고객이 쌓아올린 데이터 덕분이다. 고객을 통해 만들어진 자산을 특정 소수의 이익을 위해 기업체에 넘기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며 “이같은 선례가 남겨지는 건 IT서비스 노동자뿐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IT위원회에 11개 지회 및 1만명가량의 조합원들과 함께 매각을 저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서 지회장을 비롯해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위원장 겸 네이버지회장, 정민정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