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주 현대차와 기아 2분기 호실적 전망 보고서 나와
하반기와 내년 생산량 늘어 실적 모멘텀 발생 전망도
경기 침체와 여전한 반도체 수급 불확실성은 리스크로 꼽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에서 자동차 업종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수급 완화 가능성과 환율 효과에 따른 실적 회복 기대감이 감돌고 있어 주목된다. 시장 예상을 웃도는 2분기 실적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증권사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자동차 업종에 관심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경기 침체와 반도체 수급 우려 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업종에서 유의미한 반등 흐름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장주인 현대차의 경우 이날 17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는데 올해 1월 기록한 연고점인 21만7500원 대비 18% 가량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1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28만9000원 대비로는 약 38% 낮은 가격이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다른 자동차 관련 종목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기아의 경우 이날 종가가 7만8000원으로 연고점 대비 10.5% 낮은 가격에 위치해 있다.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주인 현대모비스와 만도 역시 올해 고점과 비교해 각각 27.6%, 25.7% 하락한 상태다. 자동차 업황 부진에 완성차와 부품주 모두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자동차 업종에 긍정적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자동차 업종의 투심을 억눌렀던 반도체 수급 차질 문제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에 신차 출고 대기가 길어지면서 완성차 및 부품 판매 우려가 확대됐었다. 그러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이 소폭 개선되면서 일부 신차의 경우 출고 기간도 줄어들고 있다.

실제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계약 후 출고까지 걸리는 기간이 현대차 그랜저(2.5가솔린)이 6개월에서 5개월로 줄었고 싼타페(디젤)도 9개월에서 8개월로 단축됐다. 캐스퍼의 경우 기존에는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3개월이 걸렸지만 1개월로 짧아졌다. 기아의 경우 K8(3.5 가솔린 기준)이 6개월에서 3개월로, 카니발이 10개월에서 5개월로 줄었다.

증권사들도 반도체 수급 문제 완화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이 2조4000억원으로 기존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반도체 수급 영향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생산 차질로 지연된 신차 효과가 본격화 되고 있어 실적 모멘텀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높아진 원·달러 환율 역시 중단기적 관점에선 자동차 업종에 긍정적인 환경으로 평가된다.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채산성이 높아지는데 국내 완성차 업체의 경우 수출 비중이 65%를 넘어선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분기 평균 달러당 1260원으로 전년 대비 139원 상승한 데다 미국의 긴축 정책이 이어지고 있어 고(高)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증시 피난처로 자동차 업종을 꼽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8일 보고서에서 역실적 장세에서 피난처가 될 방어 업종 중 하나로 자동차를 꼽았다. 현재 증시 상황에선 이익 모멘텀을 받는 섹터와 종목이 유리한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실적 모멘텀이 크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컨센서스를 넘어서는 실적) 확률을 각각 75.7%, 71.7%로 봤다. 

다만 여전히 자동차 업종에 투자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자동차 구매 수요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경기 둔화를 각오하고서라도 물가잡기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경기 침체 시 값비싼 재화인 자동차 수요가 가장 먼저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반도체 수급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도 우려 요인으로 분류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장의 고도화에 따라 자동차에 필요한 반도체 개수가 많아진 상태지만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며 “업종 내에서도 희비가 갈릴 수 있는데 완성차의 경우 생산 효율을 높이고 고마진 차량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부품업체의 경우 완성차 생산이 늘지 않으면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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