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분양 물량 절반 차지
원룸이 3.3㎡당 5600만원
고분양가에 시장 외면
아파트 관심 시들자 직격타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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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아파트의 대체재로 주목받았던 도시형생활주택의 인기가 빠르게 식는 모양새다. 지난해만 해도 입지에 따라 ‘완판’(완전판매)이 어렵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주택과 똑같은 규제를 받는 데다 대출 규제∙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아파트 시장의 침체 여파가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번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민간 미분양 주택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5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은 688가구로 집계됐다. 직전월(360가구) 대비 91.1% 가량 증가했다. 미분양 물량 절반 가량이 도시형생활주택(원룸형 아파트)에서 나왔다. 대부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곳들이다.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이 나온 곳은 KB부동산신탁이 시행하고 신세계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소재 도시형생활주택 ‘마포 빌리브디에이블’이다. 이 단지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경의중앙선 서강대역이 가까운 더블 역세권으로 주목을 받으며 지난 4월 11일 분양에 나섰다. 하지만 256가구 중 245가구(96%)가 무더기로 미달됐다. 5월 서울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것도 이 단지의 영향이 컸다.

이곳은 분양 전부터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전용면적 38~49㎡ 분양가는 8억4000만원에서 13억6000만원대까지 형성돼 있다. 방1개∙거실 1개로 이뤄진 전용 49㎡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5666만원 수준이다. 이는 e편한세상신촌(3.3㎡당 5106만원), 힐스테이트신촌(4930만원), 신촌푸르지오(4814만원) 등 인근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가장 비싼 아파트인 ‘신촌숲아이파크’ 전용 59㎡(방 3개∙거실 1개) 거래가격이 3.3㎡당 56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다소 높다는 평가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를 단 도시형생활주택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2월 공급된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은 아직도 분양 중이다.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과 청량리역 사이에 위치한 역세권 단지이지만 211가구 중 69가구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곳 역시 고분양가 논란을 비롯해 주차 부족 등에 대한 수요자들의 지적이 있었다. 전용 26㎡ 분양가는 약 5억원이고 가장 넓은 48㎡는 9억원에 육박한다.

청량리역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의 경우 지난해 같았으면 무조건 완판되는 위치이지만 분양가가 상승하고 금리가 인상되면서 투자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며 “여기에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는 만큼 세금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청약했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전용 85㎡ 이하 300가구 미만으로 짓는 주택으로 아파트보다 규제가 적어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었다. 청약통장, 주택 소유, 거주지 등 자격 제한이 없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해 가점이 낮은 젊은 층 수요가 몰렸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경기 성남시 대장동에서 공급한 도시형생활주택 ‘판교SK뷰 테라스’는 주변 아파트 수준의 분양가에도 292가구 모집에 9만2483명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고분양가 논란과 함께 올해 주택 시장에 대한 관망세가 커지면서 도시형생활주택의 청약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시형생활주택가 아파트를 대신 선택하는 대체재인 만큼 시장 하락기에 진입하면 수요자 더 가파르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구조라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도시형생황주택은 주변 편의시설이나 기반시설 등이 현재 아파트를 대체할 만큼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며 “대출 문제나 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 87.0에서 86.8로 0.2포인트 떨어졌다. 5월9일부터 9주 연속 하락세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이 100 밑으로 떨어지면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11월 15일(99.6) 수치가 100 아래로 떨어진 이후 약 반년간 매도 우위의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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