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 최저임금 인상안 재심의 요청하는 이의제기서 제출
경영자 측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경영 부담 확대 고려해야”
민주노총도 이의제기 “인상률 낮아···물가 상승률 등 현재 상황 반영 안 돼 있어”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두고 이해당사자 간 주장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인상폭이 높아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이 확대되고 인건비 부담에 고용 불안까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고 노동계에서는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이 여전히 낮다며 다시 책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경총, 최저임금 인상 이의제기서 제출···“인상률 과도”
10일 경영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의 재심의를 요청하는 이의제기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최근 의결된 내년도 최저임금안이 인건비를 크게 높여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앞선 지난달 29일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5.0%(460원) 높은 금액이다. 의결된 인상안은 고용노동부에서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고용노동부는 내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경총은 의결된 최저임금이 우선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대다수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총은 “내년 최저임금이 최종 확정돼 고시될 경우 주휴수당까지 고려한 최저 시급(주 15시간 이상 근로자 기준)은 1만1500원을 넘게 된다”며 이에 따라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대다수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주요국들과 비교해 최저임금 인상률 자체도 과도하다고 봤다. 경총은 “최저임금 수준과 최저임금법에 예시된 유사근로자 임금, 생계비, 노동생산성, 소득분배 등 4개 결정 기준을 고려하면 5%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나치게 과도하다”며 “이미 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적정수준의 상한선이라고 할 수 있는 중위 임금의 60%를 초과한 62.0%다. 이는 G7(주요 7개국)과 비교해 가장 높다”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률 산출과 방식에 대해서도 적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이번 인상률은 국민경제의 평균적 임금조정률을 사용해 산출됐는데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 주체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국민경제 전체의 평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상률 5.0%의 산출 근거도 적절하지 않다”며 “최저임금을 규모별·업종별로 구분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근로장려세제(EITC), 복지제도 확대 등을 통해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적합하다고 제언했다.
경영계의 이의제기는 다른 단체에서도 나온 바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8일 5%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장기간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데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5.0%의 인상폭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 민주노총 “현재 상황 고려하면 인상폭 낮아”
반면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의 인상폭이 낮다며 이의제기에 나서고 있다.
우선 노동계는 이번 심의가 졸속으로 처리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심의는 ‘법정 시한 준수’라는 명분 아래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규정된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에 대해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작년과 동일한 산식으로 산출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경제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최저임금안이 심의됐다”며 “이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경제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심의됐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노동계는 물가 상승률과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890원을 제시했다. 자체 산출한 적정 실태 생계비(1만3608원)의 80% 수준을 최초안으로 요구한 것이다. 이후 협상 과정에서 1만80원까지 요구수준을 낮췄으나 ‘1만원대’ 아래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