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일부 주택서도 역전세 나와
집값 급락 시 전세금 못 돌려받는 사례 속출 가능성 제기
집값 하락폭 크지 않아 과도한 우려라는 목소리도 존재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주택 시장이 최근 약세를 보이면서 ‘역전세’(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 보다 높아지는 상황)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의 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 빌라 등지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세입자가 전세 자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깡통전세’ 확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일부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역전세에 따른 깡통전세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전세자금을 돌려주는데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임차인이 손해를 보게 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역전세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와 부동산R114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전국 아파트 매매·전월세 가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매매와 전세 거래가 한 번씩이라도 있었던 2만9300건 중 주택의 평균 전세 가격이 평균 매매 가격을 추월한 사례는 7.7%(2243건)로 집계됐다.
특히 지방에서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타지방(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의 전세가율(주택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은 75.4%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75.5%)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통상 전세가율이 70~80%를 넘어서면 깡통전세의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과 경기도 역시 일부 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 빌라를 중심으로 깡통전세 우려가 번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우 올해 상반기 평균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보다 높은 경우가 각각 4.5%, 3.4%였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이 하락기에 접어들면 매매와 전세 수요가 대단지 아파트 대비 상대적으로 약한 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 빌라 가격이 우선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동안 서울과 경기도의 전세가가 높아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역전세 사례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 시장은 상승기였던 지난 수년과는 다른 국면을 맞고 있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이를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8일 시사저널e 주최로 열린 ‘2022 웰스업 투자 세미나’에서 “8~9년 동안 상승세가 이어졌기 때문에 지금은 피로감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겹쳐 집값 조정기에 접어들 수 있다”며 “서울은 3년, 지방은 5~6년 조정이 예상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전세 가격의 경우 지난 2년간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시행 등 영향으로 크게 오른 상태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103.2로 2021년 6월 100에서 3.2포인트 높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하우스가 최근 한국부동산원 시세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 동안 서울 평균 전세 가격이 2억원 가량 상승했다.
다만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깡통전세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또 다른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주택 공급이 한정 돼 있고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폭락’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여기에 주택 가격 하락 시 실수요자의 매매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주택 가격의 급락을 막는 요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