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현상 지속에 따라 저가 매수 타이밍 시장 분위기 감지
금융권, 엔화 재테크 투자자 위한 다양한 상품 출시
전문가들 "엔화 가치 추가 하락 감안해 소액으로 분할매수 관점 접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미국·일본 중앙은행 금리 기조가 크게 엇갈리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화 재테크(엔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의 가치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이러한 기조가 장기화할 공산이 있는 만큼 소액으로 분할매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8일 현재 달러당 엔화 가치는 미국 6월 고용통계 발표를 앞두고 지분조정 엔 매수, 달러 매도가 선행하면서 136엔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장중 한 때 137엔까지 올라 1998년 9월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지난달 말 환율이 128엔이었던 것과 비교해 엔화 약세가 더욱 심해졌다.

미국이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통화긴축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본은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엔화 매도세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를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고유가는 일본의 무역적자를 악화시키면서 달러화 유출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달러당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약 18% 가량 절하했다.

30년 만에 도래한 엔저 시대를 맞아 관련 재테크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환율이 예측불허로 움직이는 가운데 외화예금 환율 재테크(환테크) 전략이 달러에서 엔화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 원·달러 환율이 고점에 올라섰다고 보고 달러를 차익실현하고 엔저 현상 지속에 따라 엔화를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판단하는 시장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엔화 투자방법으로는 ▲엔화 예금 가입 ▲엔화 ETF투자 ▲엔 선물 직접투자 ▲환노출형 일본투자 펀드 ▲일본주식 직접투자 등이 있다.

금융업계는 엔화 재테크 투자자들을 위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5636억엔(약 5조3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4964억엔) 대비 13.7% 급증한 규모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엔화 환전에 따른 환율우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31일까지 'KB외화머니박스 환율우대 99% 이벤트'를 실시한다. 이벤트 대상자는 한국 국민 거주자인 개인이다. 이 기간 영업일 오전 9시 이후 금융소비자가 모바일뱅킹 앱 'KB스타뱅킹' 내 KB외화머니박스 메뉴를 통해 1000엔 이상 살 때 KB국민은행은 환 거래 업무에 대한 마진(현찰매도율-기준환율)을 정상 수준의 1%까지 낮춰 적용한다. 이 혜택은 매일 선착순으로 99명에게 제공된다. KB외화머니박스는 KB스타뱅킹에서 수령 희망점이나 희망일 지정 없이 외화를 자유롭게 환전·보관·출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NH농협은행은 통합 플랫폼 'NH올원뱅크' 앱 출시를 기념해 외화예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NH올원뱅크는 증권·보험·카드 등 금융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하나의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으로 농협은행은 앱 새 단장을 기념해 31일까지 '올원외화포켓적립예금' 이벤트를 실시 중이다. 올원외화포켓적립예금은 NH올원뱅크 전용 외화적립예금 상품으로 4개 통화(달러·유로·엔·위안)로 가입할 수 있다. 환율 우대(최대 70%)와 현찰 수수료 우대(60%) 혜택을 상시 부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소한 올 3분기까지는 엔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분석했다. 최미선 하나은행 영업1부 PB센터지점 부장은 "엔화는 안전 자산이란 장점은 있지만 달러에 비해 예금 혜택도 없고 우대금리도 적다"며 "환율이 올라야만 수익이 나는 구조라 일반 투자 목적으로 권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