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준수 대한 제재 근거 판단이 핵심 쟁점
손태승 회장 1심 판결 유지되면 하나금융 회장 재판 영향 받나 주목
내부통제 운용 책임 놓고 금감원과 공방···업계 '촉각'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항소심 선고가 2주 연기된 가운데 재판 결과가 향후 금융권에 미칠 파장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1심 판결이 손태승 회장의 2심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최근 우리은행의 600억원대 횡령 사건을 놓고 2심 재판 과정에서 금융감독원과 공방이 벌어진 만큼 내부통제 준수에 대한 제재 근거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1부(권순민 김봉원 강성훈 부장판사)는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기일을 22일 오후 2시로 변경했다. 당초 이달 8일 항소심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으나 추가 법리 검토 등을 이유로 선고를 미룬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 파생결합펀드 손실 사태의 중심이었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각각 다른 판단을 했다. 1심 재판의 경우 우리은행은 승소했지만 하나은행은 패소했다. 패소한 함 회장 측은 재판 결과에 불복, 항소한 상태다.
손 회장과 함 회장의 1심 결과가 엇갈린 주 이유는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마련'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손 회장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법이 규정한 소비자보호 목적의 금융상품 내부통제기준을 충실히 마련했다고 판단한 반면, 함 회장의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하나은행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1심 재판부도 손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우리은행이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는 과정과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그 책임을 물어 당시 하나·우리은행장이었던 함 회장과 손 회장에게 중징계 처분(문책 경고)을 내렸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크게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금감원으로부터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 통보를 받은 금융사 임원은 향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된다.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되면 당국의 CEO 중징계 처분에 대한 각종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의 제재 정당성이 흔들리면 향후 금감원의 감독 방향과 처분 결정 등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힌다면 라임, 옵티머스, 이탈리아헬스케어 등 사모펀드 사태로 내부통제 문제가 있는 은행과 증권사들의 제재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DLF 재판이지만 내용 자체가 내부통제를 다루고 있어 손 회장과 금감원은 DLF 불완전판매 당시 내부통제 기준이 잘 마련돼 있었는지 또는 내부통제 운용상의 문제로 은행장을 징계할 수 있는지 등을 다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