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찍었다” 관측···“디파이 업체 경영난 등 악재 겹쳐 반등 오래 못 갈 것” 전망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이번 주(4~8일) 비트코인은 미국 증시가 오른 영향으로 오랜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에선 비트코인이 이제 저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가상화폐 관련 업체들이 잇달아 경영 악화에 직면하는 등 악재가 겹쳐 반등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9일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오후 2만2000달러(2860만원)선에서 거래됐다. 주초인 지난 4일까지만 해도 1만9000달러 수준을 기록했지만 5일 2만달러 선을 회복하더니 8일 오전 급등했다.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이 두 번째로 큰 이더리움도 같은 시간 1250달러(163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지난 4일 오전 대비 약 20% 올랐다.
비트코인이 반등한 이유는 뉴욕 증시의 상승세가 꼽힌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비트코인 시세는 미국 증시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강화됐다. 미국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4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S&P500 지수의 경우 지난 3월 말에 이어 올해 최장기 상승 타이기록이다.
비트코인이 오랜만에 오르자 시장에선 ‘바닥론’이 나오고 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최근 일주일 동안 눈에 띄는 비트코인 온체인 지표 변화를 보지 못했다"며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잠잠한 비트코인 마켓은 매도세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비트코인이 고점 대비 70% 가까이 하락하며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면서 "비트코인의 200주 이동평균선, 투자자들의 매수, 매도 포지션 등을 분석한 결과 비트코인이 바닥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비트코인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은 여전히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업체들이 연이어 경영이 악화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기에 오름세는 이어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가상자산 중개업체 보이저 디지털(보이저)이 미국 뉴욕 남부지방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보이저는 대형 크립토 헤지펀드 스리애로우캐피털(3AC)에 6억5000만달러(약 8490억원)를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3AC는 최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기반 디파이 플랫폼 볼드도 가상화폐 인출·거래를 중단했다. 이 업체는 모라토리엄(채무지불 유예)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볼드는 지난 5월만 해도 운용 자산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규모의 디파이 플랫폼이었다. 또 다른 디파이 플랫폼 셀시우스네트워크(셀시우스)도 구조조정 전문인력을 채용하며 본격적인 인원감축에 돌입했다. 셀시우스는 최근 전체 직원의 23%를 줄였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이 계속해서 시소(see-saw)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고, 지금보다 더 내려갈 수도 있다"며 "미국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바뀌기 전까지는 안정화되지 않을 것"라고 봤다.
한편, 비트코인 가격 하락 여파로 엘살바도르는 디폴트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내년 1월 8억달러(약 1조400억원) 규모의 외채를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 투자 손실이 불어난 영향으로 재정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전체 투자 예산의 15%를 비트코인 부문에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