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심사보고서에서 통신3사에 약 700억 과징금 부과
심의 마치고 제재 결정 미뤄···재조사 결정에 심사보고서 재작성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통신사 봐주기 우려···과징금 감경 전망”

(왼쪽부터)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 사진=각사
사진은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 사진 = 각사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3사 5G 광고의 표시광고법 위반 징계를 미루고 재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전원회의를 진행하고도 결론을 내지 않은 채 재조사를 결정한 것이다. 과징금 경감 등 공정위가 통신사 ‘봐주기’에 나선 것 아니냔 의혹이 제기된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5G 이동통신 속도를 허위·과장 광고한 혐의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에 대한 제재를 앞두고 돌연 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통신사 허위 과장광고 신고 접수 후 1년 넘게 조사한 공정위 심시관은 통신3사가 5G 속도를 사실과 다르게 표시·광고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과징금 등 제재가 필요하단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각사에 발송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각사에 부과하는 과징금 규모를 SK텔레콤 300억원대, KT 250억원대, LG유플러스 150억원대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시광고법 위반에 관한 최대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2%다.

공정위 재조사 배경은 통신3사가 제재 결정 부당성 주장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통신사가 강하게 항변하자 결론 막바지에 재조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통신3사는 지난 4월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해 ‘LTE 대비 20배 빠르다’는 것은 소비자 기만 의도가 아닌, 이론적 속도를 설명한 것임을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통신3사 중 유일하게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도 “소비자들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것을 알지만 과장이나 허위 광고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5G가 LTE에 비해 20배 빠르단 것은 이론적인 비전으로서 많이 회자됐다. 5G 상용화 초기에 이것이 이론적 수치라는 것을 명기하고, 20배에 대한 광고를 일부 한 적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정위 재조사에 대해 비판도 나온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표시광고법상 불법이란 게 확인이 된 상황인데 재조사해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지 의문”이라며 “공정위가 5G 초기 광고는 통신3사가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광고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 맞추기 위해 했단 걸 참작해줘야 한다고 본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점들을 감안해 심사보고서를 다시 작성해 부과할 예정이던 금액을 감경하지 않겠냐”며 “공정위 본인들이 조사한 것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못하겠단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조사 이유 및 내용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조만간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을 아꼈다.

공정위는 재조사를 마치는 대로 심사보고서를 다시 작성해 통신3사에 보낼 예정이다. 이후 심사보고서에 대한 각사의 서면 의견 수렴 및 위원회 안건 상정·제재 수위 결정 등을 시작한다. 통신3사는 새로운 심사보고서 내용에 따라 대응 방향을 모색할 방침이다.

앞서 통신 3사는 2019년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 전송 속도가 ‘LTE 대비 20배 빠르다’고 광고하며 가입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통신 품질 평가 결과에 따르면 5G의 다운로드 속도는 LTE 대비 5.3배 빠른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20년 10월 통신3사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소비자들이 통신3사의 허위·과장 광고로 기존 LTE보다 비싼 5G 요금제에 가입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했단 이유에서다. 표시광고법은 비교 대상 및 기준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거나 객관적 근거 없이 다른 사업자의 상품보다 우량 또는 유리하다고 표시·광고하는 것을 금지한다.

공정위는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비상임위원 등 9명으로 구성되는 전원회의를 두 차례 열고 심의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4월 내 결론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재조사 종료 후로 밀리게 됐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