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투세 시행 예정이지만···정부 "2년 유예"
실제로 연기되려면 올해 12월 본회의 표결 거쳐야
개정안 통과 불투명···"준비하기도 안하기도 어려워"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투자업계에 이어 은행권도 내년부터 시행될 금융투자거래세(금투세) 도입에 따라 관련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금투세 도입을 2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권의 혼란은 커지고 있다. 금투세가 실제로 유예되기 위해선 올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세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여야가 극한 대치를 하고 있어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금투세가 적용된다. 금투세는 주식을 포함한 금융투자소득 거래 차익이 5000만원(기타 250만원)을 넘는 소액주주까지 20%(3억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투세 관련 시스템 작업에 가장 분주한 곳은 금투업계다. 당장 내년부터 금융투자 상품 거래로 인해 납부해야 할 세금이 달라지는 만큼 관련 전산 시스템 구축에 차질을 빚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는 시스템 구축이 막바지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월 이달 초 업계 최초로 '금융투자소득세 포털'을 선보였다. 은행도 신탁,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고 있기에 금투세 도입 준비에 일단 동참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최근 금투세 도입을 2년간 유예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5월 초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를 2년 정도 유예하고 동시에 증권거래세도 인하하면서 주식시장에 좋은 자금이 들어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은행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금투세가 실제로 유예되기 위해서는 세법 개정이 추가로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법 개정안은 올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그때까지 법안 통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계속 이어진다. 

은행은 당장 준비는 하겠지만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만약 국회에서 개정안 표결이 부결되면 바로 새 시스템을 가동해야하기 때문에 관련 작업을 마무리 해야한다. 하지만 통과되면 전산 시스템에 들인 비용은 모두 낭비하는 셈이 된다. 유예 기간인 2년 후에 정치권의 상황에 따라 세법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은행은 금융투자상품 거래에 따른 실적 비중도 크지 않다. 관련 시스템 구축이 그렇게 급한 사안은 아닌 것이다.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의 전제 순영업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 가운데 신탁·펀드판매 수수료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4~5% 수준이다. 증권사와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또 과세를 위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펀드의 기준가를 우선 산정해야 하는데 이 역시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기준가를 정하기 위한 시스템은 펀드를 설정하는 자산운용사도 관련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야한다. 그런데 자산운용사들 가운데 영세한 업체들이 많아 전산 체계를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 고객 가운데도 주식 거래를 통해 차익을 5000만원 넘게 남기는 이는 많지 않은 걸 고려하면 은행은 금투세를 낼 고객이 더 적을 것”이라며 “결국 은행은 정치권의 오락가락 결정에 혼란만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대해선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가 ‘여소야대’의 구도 속에서 극한의 대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의원은 지난 5월 청문회에서 추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금투세를) 이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줘서 경제활력을 도모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단 현행 세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금투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다만 올해 말 법률 개정으로 금투세가 유예될 수 있기에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