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시공사 선정 위한 현장설명회
공사비 7700억원, 올해 서울서 가장 큰 사업지
입지·사업성 모두 양호···대형사 물밑 경쟁 치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내 한남2구역이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곳은 공사비만 8000억원에 육박하는 서울 대형 사업지로 올해 도시정비사업 실적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입지와 사업성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조합은 다음 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3분기 안에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목표다. 한남뉴타운에서 시공사 선정에 나선 건 한남3구역에 이어 두 번째다. 현재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사들의 관심이 쏠린 건 사업성과 입지가 양호하다는 판단에서다. 한남2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272번지 일대 11만4580㎡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30개 동, 153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일반 분양 비율(45%)이 높고 평균 대지지분(55.44㎡)이 많아 한남3구역(각각 27%, 48.84㎡)보다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서울 강북 한강변에서도 중심부인 용산구에 자리한 데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붙어있는 역세권 단지라는 점도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요인이다.
특히 조합이 최근 공사비를 대폭 올리면서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조합은 지난달 21일 공사비 입찰 예정 가격을 기존 3.3㎡당 598만원에서 770만원까지 올리기로 잠정 결정했다. 2년 전 한남3구역에서 시공사 입찰 당시 제시한 공사비(3.3㎡당 598만원)보다 200만원 가까이 높은 금액이다. 입찰 예정가가 확정되면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는 3.3㎡당 770만원 이내로 공사비를 제안하면 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남2구역의 공사비는 일반적인 서울 정비사업 공사비 수준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며 “원자재값 인상분을 공사비에 선제적으로 반영해 건설사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상승으로 관련 분쟁을 피할 수 있고 수익성이 어느 정도 담보되는 만큼 수주를 원하는 건설사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남2구역이 도시정비사업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사업지라는 점도 대형사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한 한남2구역의 추정 공사비는 7700억원이다. 올해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서울 도시정비사업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곳 다음으로 큰 사업장은 강서구 방화5구역 재건축(예상 공사비 5200억원)과 방배동 신동아 재건축(5000억원)이 있다.
실제로 이번 수주는 각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정비사업 실적 1위 현대건설은 지금까지 7조원에 육박하는 수주고(신규 누적 수주액 6조9544억원)를 쌓았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2015년 GS건설이 세운 도시정비 최고 수주기록 8조1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롯데건설(3조2107억원)은 GS건설(2조7306억원)과 벌이고 있는 2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대우건설(1조3222억원), 포스코건설(1조5558억원), DL이앤씨(1조2543억원) 등은 상반기 전년 대비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해 대형 일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물산(8172억원)의 경우 수주 성공 시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는 동시에 2010년 가재울5구역 재개발 이후 12년 만에 재개발 사업을 따내게 된다.
건설사들은 벌써부터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워 눈도장 찍기에 나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한남2구역에 ‘디에이치’(THE H)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시공으로 하이앤드 브랜드를 적용하는 건 한남2구역이 처음이다. 롯데건설·대우건설·DL이앤씨도 각각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써밋’·’아크로’를 앞세워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건설 역시 올 하반기 하이앤드 브랜드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한남2구역에 처음으로 하이앤드 브랜드를 제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사업지를 확보해두면 하반기에 실적 부담을 덜 수 있다”며 “각 건설사마다 수주해야 하는 명분이 확실한 만큼 한남2구역이 수주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