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공모청약 흥행해도 상장 첫날 수익 내기 어려워져
기관, 의무보유확약 ‘소극적’···증시 침체에 투심악화 ‘부채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근 지속되고 있는 증시침체로 공모주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거나 1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익을 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그동안 공모주 투자는 소액이라도 투자해 공모주를 상장 첫날 매도해 ‘치킨값’이라도 버는 것이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최근 상장하는 IPO기업들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들이 장기보유 대신 상장 첫날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주가가 상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 공모주 수익률 급락, 치킨값도 못 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상장한 기업 9곳 가운데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2만원 이상 높게 장을 마감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보다 1만원 이상 높게 마친 기업도 5월 20일 상장한 가온칩스 1곳뿐이다. 가온칩스 공모가는 1만4000원이었는데 상장 첫날 2만7100원에 장을 마쳤다. 공모주 1주당 1만3100원의 차익이 난 셈이다.
지난해 1월 공모청약 신청자에게 최소 50% 이상 공모주를 균등배정하는 제도가 도입된 이후 공모주 투자자들은 소액이더라도 최소청약기준인 10주를 신청해 1주 이상씩 받고 상장 첫날 주식을 매도해 쏠쏠한 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
올해 상반기 가장 큰 수익을 남겼던 공모주 투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올해 1월 27일 공모가 30만원으로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청약에서 역대 최대인 114조1066억원의 증거금을 모았고 증권사별 경쟁률에 따라 물량이 배정됐다.
증권사별 균등배정 물량은 ▲KB증권 1.18주 ▲대신증권 1.74주 ▲신한금융투자 1.38주 ▲미래에셋증권 0.27주 ▲신영증권 1.58주 ▲하나증권 1.12주 ▲하이투자증권 1.68주 등으로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투자자들에게 최소 1주씩 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첫날 50만5000원으로 장을 마치며 주당 20만원이 넘는 수익을 안겨줬다.
앞서 1월 24일 공모가 2만원으로 상장한 케이옥션 역시 청약 신청자들에게 1~2주씩 균등배정했고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하면서 주당 3만2000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4월 28일 공모가 1만7000원으로 상장한 포바이포 역시 따상을 기록하면서 공모주투자자들은 주당 2만7200원의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시가 급격한 부진에 빠지면서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급등하는 현상이 드물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6개 기업이 상장했지만 범한퓨얼셀, 레이저쎌, 넥스트칩만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를 상회했다. 범한퓨얼셀은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 대비 7950원 높았지만 레이저쎌과 넥스트칩의 경우 각각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 대비 1350원, 1300원 높았다. 2000원에 달하는 청약수수료를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인 셈이다.
청약과열로 균등배정 경쟁률 역시 높아지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이 1주도 못 받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유일하게 유의미한 수익이 가능했던 범한퓨얼셀 청약에서도 1인당 균등배정 배정 주식수는 0.77주에 불과했다. 레이저쎌 역시 1인당 균등배정 주식 수가 0.8주에 그쳤다.
◇ 낮은 의무보유확약···투심 악화 부채질
그동안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결과는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지표였다.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로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 상단 혹은 상단 초과로 결정했던 IPO기업들은 대부분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 대비 크게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공식도 통하지 않고 있다. 레이저쎌과 위니아에이드, 넥스트칩 모두 수요예측에서 좋은 결과를 받았지만 상장 첫날 주가가 부진했다.
지난달 9~10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레이저쎌의 경우 경쟁률 1442.95대 1을 기록하면서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1만2000~1만4000원)을 초과하는 1만6000원으로 확정했다. 같은 기간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위니아에이드 역시 경쟁률 955대 1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1만4200~1만6200원) 상단인 1만6200원으로 결정했다. 16~17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던 넥스트칩 역시 1623.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9900~1만1600원)를 넘어서는 1만3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들 기업의 상장 첫날 주가 부진은 증시 급락이 중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상장하는 IPO기업들의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이 의무보유확약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무보유확약이란 공모주를 배정받은 기관이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IPO기업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낮다면 상장 직후 기관들이 받은 주식을 곧바로 매도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4월 따상에 성공했던 포바이포의 경우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55.52%에 달했다. 하지만 범한퓨얼셀은 10.75%, 레이저쎌은 12.43%, 넥스트칩은 11.58%, 위니아에이드는 1.39%에 불과했다.
이달 7일과 14일 상장에 나서는 코난테크놀로지와 영창케미칼 역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 상단으로 결정했지만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각각 7.07%, 5.92%에 그친다.
박세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4~5월 IPO 종목을 분석해보니 수요예측 경쟁률과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높을수록 시가 성과가 높았다”며 “최근 6년간 IPO 종목별 공모가 대비 시가 수익률 평균은 43.5%인데 7월 공모주 시장은 지난 3년 평균 수익률(39.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