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올해 상반기 내수에서 HEV 판매비중 22%···현대차 9%에 비해 높아
카니발·쏘렌토 등 큰 차종 판매량 줄었지만 HEV 비중 증가로 호실적 예상
“현실적인 친환경 모델로 전기차 시대에도 HEV 수요 당분간 지속될 예정”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기아가 올해 상반기 하이브리드차(HEV) 판매 부문에서 높은 판매비율을 기록하며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전체적인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기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HEV 모델 판매량은 6만1467대로 전체 판매량 27만8384대의 22.0%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가 동기간 HEV 3만760대를 판매하며 전체 판매량 33만4396대의 9.2%를 차지한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판매비율을 기록한 것이다.

기아의 HEV 판매비중은 2019년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이었으나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기아 HEV 판매비율은 ▲2019년 6.0% ▲2020년 11.2% ▲2021년 15.0% ▲2022년 상반기 22.0%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기아의 HEV 판매비중은 12.4%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2019년 6.0% △2020년 7.5% △2021년 9.4% △2022년 9.2%의 판매비율을 보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HEV 판매비중 변화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HEV 판매비중 변화.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상반기 기아 HEV 판매량을 견인한 모델은 쏘렌토다. 쏘렌토 HEV는 1~6월 총 2만3412대가 판매되며 전체 쏘렌토 판매량(3만1777대)의 4분의 3 가까이를 차지했다. 쏘렌토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20% 가까이 감소했지만 HEV 판매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 외에도 니로 HEV가 1만3847대, K8 HEV가 1만1707대 판매되며 기아 HEV 판매량 증진에 기여했다.

이러한 판매 흐름으로 인해 기아는 올해 상반기 판매량(26만8384대)이 지난해 판매량(27만8384대)에 비해 약 5.7%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흔히 HEV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단가가 높아 고수익 차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쏘렌토 HEV(3726만원)의 경우 쏘렌토 가솔린모델(3013만원)에 비해 700만원 이상 비싸다.

업계에서도 고수익 차종 판매를 근거로 올해 기아의 호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ASP(Average Selling Price·평균판매단가)와 수익성 향상에 기여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2022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카니발 및 쏘렌토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상황에서 고수익 SUV 판매 비중 증가는 HEV 모델의 판매 비중 증가를 의미한다.

실제로 기아는 지난 1분기에도 고수익 차종 판매로 지난해와 비교해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1분기 기아는 매출액 18조3572억원, 영업이익 1조606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0.7%, 49.2% 증가했다. 기아 내부에선 영업이익 증진과 관련해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 ▲제값받기 ▲우호적 환율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올해 1분기 기아의 HEV 판매비중은 22.4%로 전년 13.3%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아의 HEV 판매비중 증가는 향후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친환경 흐름을 비롯해 고유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HEV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기차가 높은 주목을 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HEV가 현실적인 친환경 모델로 평가된다. 전기차는 현재까지 판매 모델이 다양하지 않고 충전 인프라 부족 및 가격과 안전성 등에서 여전히 문제가 지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아직까지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은 보수적인 측면이 있어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이브리드차는 현실성 있는 친환경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기아는 카니발 등 인기 차종의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통해 당분간 지속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현대차 그랜저 풀체인지와 코나 풀체인지 모델이 각각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며 내년부터 기아의 HEV 모델 판매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K8 하이브리드와 니로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량이 현대차의 신형 모델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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