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R114, 주택구매 수요자 2200여명 대상 설문조사
10명 중 4명 매매가격 하락 점쳐···‘경기 침체·금리 인상’ 영향

부동산R114가 ‘2022년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4명은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락 전망이 상승 전망을 앞지른 건 3년 만이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시장에서 하반기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기 침체와 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값 내림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도 하락 전망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7일부터 20일까지 14일간 전국 2275명을 대상으로 '2022년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38%가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상승할 것이라고 답한 비중은 24%를 차지했다.

하락 전망이 상승 전망을 앞지른 건 2019년 상반기 조사 이후 3년 만이다. 상반기(1~6월)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하락 응답은 2.7배(14%→38%) 늘었고, 상승 응답 비중은 절반(48%→24%)으로 줄었다. 보합 전망은 38%로 상반기 조사와 동일했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본 응답자 중 대다수는 주요 이유로 ‘경기 침체 가능성’(34.56%)과 ‘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33%)을 꼽았다. 이어 ▲대출 규제로 매수세 약화(11%) ▲가격 부담에 따른 거래량 부족(10%) ▲사전청약 및 공공주택 공급 기대(3%) ▲임대사업자 및 다주택자 매물 증가(2%) 등의 순이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등 과거보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졌다”며 “여기에 고공 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한 중앙은행(미국과 한국 등)의 금리 인상이 빨라지는 등 이자 부담이 수요자 이탈을 불러오는 모양새다”고 분석했다.

집값의 하락세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2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은 0.04% 떨어졌다. 전주(-0.03%) 대비 하락폭이 확대된 것이다. 수도권(-0.04%→-0.05%), 5대 광역시(-0.05%→-0.06%), 세종(-0.15%→-0.31%)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낙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5주 연속 떨어졌다. 하락폭은 전주(-0.03%)와 동일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서초구만 0.02% 상승했고 강남·용산·성동 등 세 곳은 보합세를 나타냈다. 나머지 지역은 하락했다. 경기는 하락률이 0.04%에서 0.05%로, 인천은 0.06%에서 0.08%로 확대됐다. 경기에선 화성(-0.19%) 용인(-0.13%) 광명(-0.13%) 의왕(-0.12%) 등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일부 지역은 초고가 아파트 위주로 간헐적으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전체적으로는 추가 금리 인상 우려와 매물 적체 영향 등으로 거래 심리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반면 전셋값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반기 전셋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40%로 나타났다. 하락 전망은 22%를 차지했다.

전셋값이 오른다고 응답한 실수요자들 가운데 42%는 매수 심리가 위축돼 전세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임대인의 월세 선호로 전세 공급 부족(18%) ▲임대차 3법 시행 영향(13%) ▲서울 등 일부 인기 지역 입주 물량 부족(12%) ▲청약(사전청약)을 위한 일시적 전세 거주 증가(11%) 등의 순이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며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매매 시장 위축으로 전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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