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브’ 앞세워 주택사업 확대
부동산 침체로 미분양 속출
추가 공급 물량도 위태
규제 완화로 분양시장 활성화 기대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신세계건설은 주거 브랜드 ‘빌리브’를 앞세워 전국에서 주택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대구 전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신세계건설의 분양사업도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신세계건설은 대구를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확대해 왔지만 최근 부동산 침체와 맞물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로 미분양 등 사업 리스크 해소를 기대하는 눈치다. 

◇대구 중심 주택사업 확대했지만···시장 침체로 미분양 속출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전국 21곳에서 주택사업을 수주했다. 이 중 8개 주택사업이 대구에 몰려있다. 수주잔고는 4903억원으로 전체 수주 잔고(3조548억원)의 16.05%를 차지한다. 대구 분양시장이 호황기를 맞이한 2018년부터 꾸준히 수주 활동을 벌인 결과다.

하지만 2020년 말부터 대구 분양시장이 빠르게 식어가며 신세계건설의 위기감도 커졌다. 대구는 수년간 이어진 공급과잉으로 미분양 단지가 급증하고 청양 경쟁률도 급락했다. 준공 이후 집주인을 찾지 못하는 악성 미분양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투기과열지구와 조정지역대상지역으로 묶이며 대출 규제와 청약 규제까지 겹치면서 대구 분양시장은 더욱 위축됐다.

신세계건설도 침체 여파를 피해지 못했다. 앞서 공급된 ‘빌리브 클라쎄’(317가구)와 ‘빌리브 라디체’(606가구)는 줄줄이 미분양을 기록했다. 빌리브 라디체는 2020년 12월 분양 당시 아파트 520가구 모집에 청약 신청자가 39명에 그쳐 미분양 주택 481가구가 발생했다. 이 단지의 경우 현재 공사에 들어가 공정률 6%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세대는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한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분양을 앞둔 ‘빌리브 루센트’ 와 ‘빌리브 헤리티지’도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행사는 공사 진행률에 따라 시공사에게 공사비를 지급한다”며 “분양이 원활하지 않으면 공사대금 지급이 지체될 수 있고 신세계건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미분양이 연달아 발생할 경우 건설사나 브랜드에 이미지 타격이 크다”고 덧붙였다. 

◇대구 전역 규제 완화···분양시장 활기 기대

최근 정부가 결정한 규제 완화 조치는 신세계건설에 숨통을 트여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다. 아울러 대구 동구·서구·남구·북구·중구·달서구·달성군 등도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하기로 했다. 대구는 수성구만 조정대상지역으로 남게 되고 나머지 지역 모두 규제지역에서 풀리게 된 셈이다.

업계에선 이번 규제 완화로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띠고 미분양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정대상지역들이 비규제지역으로 전환되면 청약과 대출 등에서 혜택을 볼 수 있어서다. 청약통장 가입 후 6개월만 지나면 1순위가 되고 세대원, 다주택 세대주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도 3년에서 6개월로 대폭 줄어든다. 대출은 중도금대출 보증 제한이 세대당 1건에서 2건으로 늘어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50%에서 70%로 확대된다. 수성구도 LTV가 40%에서 50%로 늘고, 분양권 전매 제한과 청약 재당첨 제한 기준 등이 완화된다.

다만 대구의 경우 공급과잉 우려가 여전해 기대만큼 규제 완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매 제한, 재당첨 제한, 중도금 대출 등이 완화되면서 청약 시 수요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며 “다만 대구의 입주물량 증가로 인해 공급 부담이 커진 데다 집값 하락 우려, 금리 인상 등의 여파가 여전해 청약이 흥행할진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룹 내 내부일감 줄어···주택사업 통해 ‘재도약’ 준비

신세계건설은 2018년부터 주택 브랜드 ‘빌리브’를 내세워 주택사업을 확대해 왔다. 아파트를 비롯해 오피스텔, 주상복합, 생활형숙박시설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시설 공사를 수주하고 있다.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펼친 결과 최근 3년간 주거시설 부문 매출은 1000억원대에서 3000억원대로 뛰었다. 지난 2019년 17.6% 수준에 그쳤던 이 부문 매출 비중은 2020년에 29.5%까지 뛰더니 지난해 34.2%까지 올라왔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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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건설이 뒤늦게 주택사업 확대에 나선 건 신세계그룹 일감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신세계건설은 그동안 이마트, 스타필드, 신세계백화점 등 내부 거래를 통해 성장해 왔다. 하지만 업계에서 ‘일감몰아주기’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데다 그룹 내 오프라인 점포의 신규 출점이 줄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했다. 2020년 윤명규 신세계건설 사장이 ‘자립과 성장’을 경영목표로 삼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만 홀로서기를 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적이 여전히 내부 거래에 따라 들쑥날쑥 해서다. 신세계건설의 올해 1분기 건설부문 영업이익은 122억원에서 66억원으로 45.94% 급갑했다. 매출액도 246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540억원)와 비교해 3.12% 줄었다. 내부거래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특수관계사 매출은 553억원으로 전 분기(932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중 지배회사인 이마트로부터 발생한 수익은 167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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