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카드사 7곳, 캐피탈사 4곳 CEO와 만남 예정
금리 인상에 따른 카드사 유동성 경색 문제 논의될 듯
리볼빙 잔액 급증 관련 건전성 관리 강화 주문 가능성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오는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첫 회동을 갖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은행권 및 보험업계와의 만남에서도 날 선 지적을 했던 만큼 카드사에도 최근 금리 인상과 관련해 자금 조달 대책 마련과 건전성 관리 등을 주문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오는 5일 오후 3시 여신전문금융업계 CEO와 취임 후 첫 간담회를 연다. 카드사 7곳과 캐피탈사 4곳의 CEO가 참석할 예정이다. 카드업계와의 간담회 자리에선 금리 인상 가속화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 문제와 급증한 리볼빙 이월잔액 관련 부실 위험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단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도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외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여전사들의 유동성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드사·캐피탈사와 같은 여전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특히 여전채를 통한 조달 비중이 전체의 약 70%에 달해 채권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 타격이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금리는 4.462%를 기록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2.420% 수준이었으나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지난달 7일 4%를 돌파한 데 이어 4.5%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5일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비상자금조달계획 수립’에 대한 점검에 나선 바 있다. 채권 금리 급등 여파로 여전사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 이를 상쇄하기 위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의 대출 금리를 인상하거나 소비자 혜택을 축소하는 등 금융소비자에게도 직접적 영향이 이어질 수 있어 금융당국은 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경기 침체로 최근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서비스 이월잔액이 급증하면서 여전사들의 건전성 관리 이슈도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계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잔액은 총 6조4163억원으로 전월 말(6조2740억원) 대비 2.3%(1423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연체를 방지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로 일정 비율의 카드대금을 내면 나머지 잔액은 연체 없이 이월돼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연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월된 금액에 대해서 15% 이상의 높은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상환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지게 된다.
3월 말 기준 7개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평균 금리는 16.8%다. 롯데카드(18.52%), KB국민카드(17.76%), 우리카드(17.6%) 등 몇몇 카드사들은 평균 금리가 17% 이상으로 법정 최고금리(20%)에 가까운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기에 리볼빙 수요가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의 부실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리볼빙은 당장 카드대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금융소비자들이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리볼빙 잔액이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카드소비자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라며 “금융당국에서도 리볼빙 잔액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건전성 관리 강화 등을 카드사 측에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