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입사 후 경영수업, 2025년 대표 발탁 여부 주목···놀텍, 슈펙트, 해외파트 매출 호조 지속
1분기 일반약 매출, 작년比 감소···“정로환 신제품은 정 부사장 능력 시험대” 전망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일양약품 오너 3세 정유석 부사장이 3년 후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정 부사장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놀텍’과 ‘슈펙트’ 등 대표품목과 해외파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일반의약품 부문 등을 직접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양약품은 1일 창립 76주년을 맞아 사내 채널을 통해 “기업과 고객 가치 향상이라는 목표에 집중, 시장 요구와 고객 시선에 맞춰 노력하고 협력하는 조직을 만들자”며 “대외 환경을 읽는 안목과 통찰력, 탐구하는 도전정신,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적극성 등 전문 역량을 키워가는 일양약품 임직원이 되자”고 결의를 다졌다. 앞서 지난 3월 일양약품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김동연 대표가 6연임하면서 오는 2025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 받았다. 이에 일양약품 주변에서는 2025년 75세를 맞는 김 대표가 물러나고 정유석 부사장이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1976년생인 정 부사장은 일양약품 창업주 고(故) 위제 정형식 명예회장 장손이자 정도언 회장 장남이다.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2006년 일양약품 마케팅 담당 과장으로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재경, 해외사업 등 사업부문을 거친 후 2012년 해외사업·마케팅 본부장으로 승진하며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4년 전무를 달았고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 연임은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고 오는 2025년 49세가 되는 정 부사장 나이와 경력을 감안하면 경영권 승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입사 후 경력이나 일양약품 지분 취득도 현실적으로 중요하다”며 “하지만 대표를 맡기 전 일정 수준으로 매출을 올리고 특히 본인만의 실적을 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일양약품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 2016년 2616억원, 2017년 2698억원, 2018년 3000억원, 2019년 3246억원, 2020년 3433억원, 2021년 3713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이어 올 1분기 857억원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4.4%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11억원을 기록, 35.0% 증가했다. 1분기 기준, 일양약품 매출구조는 놀텍과 슈펙트 등 전문의약품 27.21%, 자양강장제 ‘원비디’ 등 일반약 12.20%, 수출 7.70%, 건강보조식품 등 기타 10.18%, 양주일양 26.70%, 통화일양 13.22% 등이다. 

이중 항궤양제 놀텍과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는 일양약품이 공을 들이는 전문약이다. 실제 일양약품은 놀텍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예방’ 적응증을 획득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놀텍은 현재 미란성식도염 단기치료와 △십이지장궤양 단기치료 △위궤양 단기치료 △헬리코박터필로리에 감염된 위·십이지장궤양 재발 방지를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등 4가지 적응증을 갖고 있다. 슈펙트의 경우 중국과 프랑스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조만간 종료될 전망이다. 프랑스에서는 파킨슨병 치료를 적응증으로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일양약품에 따르면 놀텍과 슈펙트 등 대표품목과 해외파트 부문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일반약 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1분기 일반약 매출은 105억원으로 전체 12.20%를 점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2억원(13.65%)에 비해 소폭 감소한 실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약품 시장이 전문약 위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과거 일반약이 강했던 일양약품 입장에선 만족하기 어려운 실적”이라며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도 가라앉은 상황에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일양약품이 현재 준비 중인 일반약 지사제 ‘일양 정로환 에프정’은 정 부사장 능력을 시험하는 관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사제란 설사를 멎게 하는 의약품을 지칭한다. 일양약품이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일양 정로환 에프정은 동성제약이 독점하는 시장에 도전장을 던질 예정이어서 주목 받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놀텍과 슈펙트는 김 대표가 연구개발에 참여한 품목이고 매출 등이 자리 잡은 상태이기 때문에 정 부사장이 능력을 발휘하고 실적을 낼 수 있는 부문은 일반약 등 그동안 부진했던 분야”라고 강조했다.   

결국 일양약품 오너 3세 정 부사장이 단순한 사내 경력이나 지분보다는 회사 매출 증대에 기여한 부분과 실적 등이 향후 안정적 경영 기반 구축의 조건이라는 업계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사업을 위해 2년간 준비하고 공부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노력하는 예비 경영인들이 업계에 적지 않다”며 “정 부사장이 부진한 분야나 신규사업에 올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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