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ETF, -68.12% 수익률에 거래도 정지 돼
게임 ETF는 레버리지 상품이 아님에도 50% 넘게 떨어져
코스닥 지수 하락에 코스닥150 레버리지 하락률도 극대화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외 증시가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을 눈물짓게 한 섹터들이 나와 눈길을 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러시아 ETF가 가장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고 게임과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들도 투심 악화 속에 50%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다. 

1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러시아MSCI(합성)’는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68.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533개 ETF 중에서 가장 저조한 수익률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이 기간 각각 21%, 27% 하락한 것과 비교해도 두드러진 하락세다.

이 종목은 국내에 상장된 유일한 러시아 ETF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은 대 러시아 경제제재를 실행하면서 러시아 증시가 폭락했고 이를 추적하는 이 ETF의 가치는 추락했다. 여기에 미국이 러시아 관련 자산의 거래를 금지하면서 현재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자료=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 표=정승아 디자이너.

게임 관련 ETF도 올해 상반기 저조한 성과를 낸 섹터였다. 게임 업종을 포함한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 BBIG K-뉴딜레버리지’는 올해 상반기 -61.33% 수익률로 전쟁 타격을 받은 러시아 ETF 만큼이나 저조한 성과를 냈다. 이 ETF는 기초지수 상승률에 수익률이 연동되는 레버리지 상품이라는 점에서 하락폭 컸다. 

단일 게임 업종에 투자하는 ETF 역시 성과가 좋지 못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게임산업’은 올해 상반기 -52.04% 수익률을 기록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게임’, KB자산운용의 ‘KBSTAR 게임테마’,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게임’ 등도 각각 -51.62%, -50.94%, -50.62%의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다. 

특히 이들 ETF는 레버리지 상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는 게임 업종의 주요 종목들이 올해 상반기 힘을 쓰지 못한 것에 따른 것으로 게임 업종 시가총액 1위인 크래프톤이 52.6%, 2위인 엔씨소프트가 45.8%, 3위인 넷마블이 46% 하락했다.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비대면 수혜주들에 대한 투심이 악화된 데다 실적 부진 우려,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주 투심 약화가 겹친 것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코스닥150 지수 상승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ETF들도 맥을 못췄다. 코스닥 지수가 올 들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레버리지 상품의 하락률이 극대화된 것이다. 실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수익률이 -53.62%였고 ‘TIGER 코스닥150 레버리지’, ‘KBSTAR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 등 성격이 비슷한 레버리지 ETF들도 각각 -53.1%, -52.1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의 반등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손실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ETF를 올 들어 709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종목 중 개인 투자자 순매수 12위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다. 

올해 하반기 이들 ETF가 반전되기 위해선 드라마틱한 상황 변화가 있어야 할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 ETF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에 이어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풀려야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당시 자산운용사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스왑 계약 규모를 기존 계약의 약 28.8%로 축소시킨 까닭에 기초지수가 과거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 해도 ETF의 순자산가치(NAV)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임업종과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의 경우 투자심리의 반전이 필요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게임업종이 올 들어 크게 내리면서 주가수익비율(PER)도 크게 낮아진 상태다. 신작과 실적 기대감이 다시금 나온다면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닥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기조가 다소 누그러질 수 있다는 시그널이 나와야 상승 추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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