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의연대 “채용취소·공적채용 요구”···신한은행 “후속조치 방안 결정되지 않아”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최종심 결과가 지난 30일 나온 가운데 부정합격자에 대한 후속조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다만 회사가 채용취소를 결정하더라도 회사나 채용에 관여한 관계자들이 아닌 지원자들에게 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이 따를 수 있고, 당사자가 불복할 경우 별도의 소송절차가 진행될 여지도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전날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건’으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등 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윤승욱 당시 신한은행 부행장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김인기 인사부장(2013년 상반기~2015년 상반기)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이승수 인사부장(2015년 하반기~2016년 하반기)은 벌금 1500만원을 각각 확정받았다.
대법원이 수용한 항소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관행이라는 미명아래 청탁을 받은 또는 연고관계가 있는 일부 지원자들을 특별히 관리하기 위해 명단을 작성하거나 이들을 구분해 채용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채용비리 또는 부정채용의 의심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일반지원자들은 채용 기회나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타파되어야 할 구습이자 악습이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신한은행 부정채용 의심자는 총 154명이다. 검찰은 이들의 유형을 ▲외부청탁자 17명 ▲전·현직 최고 임원의 청탁 11명 ▲신한은행 부서장 이상의 자녀 14명 ▲성차별적 채용 101명으로 분류했다.
반면 법원이 ‘채용과정에서 불공정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합격자’ 수는 더 적었다. 1심은 22명을, 항소심은 17명을 부정합격자로 봤다. 한 사례에서 재판부는 “지원자 R은 오로지 내외부 인사 청탁 또는 전직 임직원 자녀임을 이유로 인사부장의 지시에 따라 부정하게 통과된 지원자로서 다음 전형에 응시할 정당한 자격이 없는 지원자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언급했다.
시민사회 단체는 신한은행 측에 채용취소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채용비리 사건을 추적해 온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대표는 “우리은행은 과거 부정합격자에 대한 채용을 취소한 바 있다”며 “신한은행 부정합격자의 숫자를 파악해 채용취소를 요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채용이 취소되는 인원에 맞춰 ‘사회적 취약계층 특별전형’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은행 사례와 신한은행 사례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유죄가 인정된 임직원들도 부정채용 그 자체가 아니라 면접위원들에 대한 업무방해 죄책이 인정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 후속조치와 관련 "결정된 방안이 없다"고 전했다.
부정합격자 채용취소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장치는 현재 부재한 상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채용비리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 역시 채용비리 행위자, 피해자를 정의하고 행위자를 처벌하는 내용만 담고 있을 뿐 부정합격자에 후속조치 내용은 담지 못했다. 이 법안은 소관위원회에 1년5개월째 계류 중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부정합격자에게 채용취소 통보한 우리은행에서도 상당수 합격자가 채용취소에 불복해 법적대응 중으로 알고 있다”며 “입사 지원자를 피해자로하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채용비리죄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합격자들에게 죄책을 묻거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 법 감정에 어긋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