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쿼녹스 가솔린 모델 출시···“티구안·체로키·라브4와 경쟁할 것”
폭우에서도 첨단 AWD 시스템 덕에 안정적인 주행 가능···넓은 시야와 경쾌한 핸들링도
반자율주행시스템·HUD 부재는 아쉬워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수입국내차’ 언뜻 보면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수입산과 국내산은 서로 반대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기업에선 이러한 이상한 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한국GM과 르노코리아의 경우 한국서 생산하는 물량 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 생산한 제품을 한국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수입산 모델이 나온다고 했을 때 반발도 컸다. 특히 국내 공장 직원들은 한국 생산량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선 환호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생산하기 힘든 글로벌 GM의 매력적인 차를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이미 상품성이 검증된 차량을 수입해 판매할 경우 소비자 수요에 따라 물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회사 측에서도 유리한 부분이 많다.
또한 수입차를 구매할 때 항상 고민되는 것이 부족한 서비스센터 문제인데, 쉐보레는 한국GM에 보유한 전국 400여개의 서비스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한국GM 쉐보레 브랜드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도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나온 모델이다. 이쿼녹스는 미국 현지에선 GM SUV 판매 1~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 모델이지만 한국에선 국산 모델과 비교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8년 이쿼녹스가 한국에 첫 상륙 했을 때만 하더라도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수입산 모델에 대해 ‘국산차’라는 인식이 강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라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콜로라도, 트래버스의 흥행과 함께 한국GM이 수입산 모델을 확대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수입 모델과 국내 생산 차량에 대한 구분이 조금씩 명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GM 관계자도 “이쿼녹스 경쟁 모델은 투싼·싼타페·쏘렌토 등 국산차가 아니다”며 “폴크스바겐 티구안, 지프 체로키, 토요타 라브4 등 수입 SUV 잠재 고객을 끌어오는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최근 출시한 이쿼녹스 가솔린 모델을 직접 만나봤다. 오랜만에 본 이쿼녹스는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전면 디자인은 쉐보레 최신 패밀리룩을 적용해 특유의 대담하고 강인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널찍한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에서 양옆으로 날카롭게 뻗어 나온 헤드램프는 이중으로 나뉘어 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특히 레드 컬러 모델의 경우 그릴과 타이어, 곳곳에 새겨진 검은색 레터링이 조화를 이루며 ‘검빨’ 조합으로 시선을 끈다. 보통 국내에서 인기 있는 색상은 흰색과 검은색, 회색인데 이쿼녹스는 빨간색이 가장 잘 어울렸다.
차체 크기는 전장 4650㎜, 전폭 1845㎜, 전고 1660㎜으로 준중형과 중형 사이에 위치하지만 우람하고 다부진 차체 디자인 덕분에 실제 제원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실내는 2725㎜ 휠베이스(축거)를 바탕으로 1열과 2열 공간이 충분한 것은 물론 트렁크 용량도 커 큰 짐을 싣는 것도 용이하다. 풀플랫을 지원해 2열을 접으면 차박도 가능하다. 2열 센터터널도 평평해 뒷 좌석에 3명이 앉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이날 시승코스는 서울 삼각지역에서 출발해 양평 캠핑장까지 왕복 약 200㎞ 구간에서 이뤄졌다. 폭우가 쏟아져 엔진성능을 극한까지 체험하진 못했으나, 빗길 운전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성능은 매력적이었다.
이쿼녹스에 탑재된 스위처블 AWD 시스템을 통해 빗물이 고인 도로에서도 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준다. 오프로드는 물론 도심과 고속도로 등 어떤 노면에서도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게 돕는다.
또 R-EPS 타입의 속도 감응형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과 뒷바퀴에 적용한 멀티 링크 서스펜션은 안정적인 주행과 민첩한 핸들링을 제공한다.
여기에 넓고 확 트인 시야감을 통해 운전자가 편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쿼녹스가 30대 여성을 주요 타겟층으로 삼은 만큼, 큰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각종 공조장치 및 실내 기능이 버튼식으로 배치된 것은 호불호가 갈릴만한 영역이다. 최근 유행은 디스플레이에 해당 기능을 모두 넣어 터치식으로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UI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찾기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크지 않지만,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무선 연결을 지원하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이나 미디어를 이용하는데는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이나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쿼녹스에는 앞차와의 간격 조절이나 차선 유지·이탈을 단순 경고음으로만 알려준다. 대신 햅틱시트를 적용해 좌우 양쪽 진동으로 충돌 가능성을 알려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