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상승, 규제 강화로 은행권 가계대출 감소세
가계대출만 있는 카뱅, 대출자산 성장세 둔화 우려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업대출 진출 서둘러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상장 초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카카오뱅크 주가가 최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크게 하락했다. 올해 기준금리 급등과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감소하고 있는데, 가계대출이 대부분인 카카오뱅크가 받을 충격은 더 클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주가 반등을 위해선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업대출 분야에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이날 주가는 전날보다 2.73% 하락한 3만250원에 마감했다. 전날엔 7.8% 넘게 폭락하면서 이틀 동안 10% 넘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율(3.6%)의 두 배가 넘는 하락폭이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초만 해도 9만4400원까지 뛰었지만 이후 계속 내려가면서 이제는 3만원 선도 위태롭게 됐다.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핵심 이유는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DB금융투자는 카카오뱅크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이유로 전날 사실상 ‘매도’ 리포트를 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된 후 첫 매도 의견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들어 대출자산 증가율이 크게 꺾였다. 당국이 권고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영업을 중단한 탓이다.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은 카카오뱅크의 주력사업이다. 올해 1분기 대출 잔액은 작년 말과 비교해 1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분기당 1조원 넘게 늘어나던 경향과 대조적이다. 다급한 카카오뱅크는 대출자산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고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다시 내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고신용자 대출을 재개해도 지난해 기록한 성장률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카카오뱅크의 대출자산이 모두 가계대출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크게 오르고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줄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과 비교해 1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한국은행은 사상 최초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고려하는 등 올해 남은 기간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가계대출 핵심 규제 정책인 총원리금상환비율(DSR)도 다음달 추가로 강화된다.
카카오뱅크의 대출 자산 대부분이 신용대출로 이뤄져 있는 부분도 대출자산 성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용대출은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아 상환 시점이 빨리 돌아오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설립 후 시간이 지나면서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도 증가하고 있다. 대출 자산을 확대하기 위해선 이 대출을 연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카카오뱅크가 대출취급액을 크게 늘려도 연장된 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 실제로 늘어나는 잔액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이미 전세대출 시장에 진출해 있는데다 전세를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5대 시중은행 합산 기준으로 연간 10조원대로 이미 크게 위축돼 있다”라며 또 “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성장 억제 관련 규제로 인해 가계대출 성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카카오뱅크가 주가 반등에 성공하기 위해선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업대출 분야에 서둘러 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인터넷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취급 활성화를 위해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규제를 일반 은행과 동일하게 바꾸고, 현장 실사와 기업인 대면 거래 등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토스뱅크는 인터넷은행 중 최초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했다. 카카오뱅크도 올 하반기 중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토스뱅크는 개인사업자 대출 출시가 대출 자산 성장에 한 몫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스뱅크의 올해 3월 말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15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출시한 이후 한 달 반 만에 기록한 성적이다. 이에 전체 대출 잔액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10%에 가까워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올해 하반기 출시하기로 한 만큼 계획대로 준비하고 있다"라며 "1분기엔 대출자산이 크게 늘지 않았지만 지난 5월엔 많이 증가한 만큼 성장세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