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임시주총, 이사선임 안건 부결···구지은 부회장 승기잡아
캐스팅보트 쥔 장녀 구미현씨 불참···구본성, 추가 경영권 흔들 관측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범LG가 종합식품기업 아워홈 남매의 난이 일단 구지은 부회장의 승기로 가닥이 잡혔다. 7년째 이어진 남매 간의 경영권 분쟁이 구 부회장 체제로 공고해졌지만 구본성 전 부회장은 계속해서 경영권 복귀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아워홈 경영권 분쟁이 향후 어떤 결론을 맞게 될지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30일 아워홈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아워홈 사옥 강당에서 열린 아워홈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 전 부회장이 제안한 새로운 이사 48명 선임 등 안건이 부결됐다.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도 반대표를 던졌다.
아워홈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임시 주총에는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씨만 참석했다. 주총 소집을 요청한 구 전 부회장은 대리인이 참석했고 구미현씨나 대리인은 참석하지 않았다.
아워홈 관계자는 “출석한 주주 과반 요건을 충족해 안건은 최종 부결됐다”고 말했다.
이번 임시주총은 구 전 부회장이 신청한 소집허가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며 열리게 됐다. 구 전 부회장은 구미현·명진·지은 등 세 자매가 선임한 21명의 이사를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 48명을 선임하는 안건 통과를 목표로 했다. 당초 구 전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사진을 선임해 아워홈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부결되면서 구지은 부회장 체제가 공고해졌다.
현재 아워홈 경영권은 구지은 부회장이 갖고 있다. 구 부회장은 현재 지분 20.67%를 갖고 있고, 구 전 부회장은 지분 38.6%를 보유하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다만 구 전 부회장은 보복운전 논란으로 지난해 6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나 해임됐다. 이에 따라 구 전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과 구미현씨 지분(19.28%)을 합친 아워홈 지분 58.6%와 경영권을 동반 매각할 계획이었다.
일단 이날 주총에서는 구 전 부회장의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구미현씨도 반대표를 던진 만큼, 현재 거론되는 구 전 부회장의 시나리오도 무산된 모양새다.
구미현씨가 이날 의결권 행사를 포기한 배경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구미현씨는 구 전 부회장과 관계가 멀어졌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앞서 구미현씨는 지난달 아워홈 측에 “주주총회소집 허가 신청을 한 사실이 없고 추가로 선임될 이사를 지정한 적도 없다”는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특히 구미현씨는 “소송 대리인을 선임하거나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서 등 제반 소송 서류를 받아본 적도 없으니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취하해달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도 아워홈 임시주총에서 구 전 부회장이 제기한 주주제안 안건에 구미현씨가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구미현씨가 지난해 4월 구명진·지은씨와 함께 이사 선임과 배당 제안 등에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내용의 협약서를 체결한 것에 대한 법적 효력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구 전 부회장이 경영권 복귀 시도에 다시 나설 가능성도 남아있다. 일단 이번 분쟁은 구지은 부회장의 승으로 일단락됐지만 현재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최대주주로서 지분 38.56%를 보유하고 있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최대주주인 만큼 조만간 새로운 전략으로 경영권 흔들기에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