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부동산 투기,시장교란·역차별 비판···"우리 국민, 외국인 집에 월세 낼 판"
“자금조달계획 의무화·다주택 추적 강화 필요”···관련 법안은 국회 논의 지지부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외국인들이 세금이나 대출 등 규제 없이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을 두고 내국인과 역차별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거래 건수가 집값 급등기에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투기 등 시장 교란의 한 원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가 단속 방침을 밝힌 가운데 입법을 통해 내국인과 역차별 등 부작용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단 지적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집값 급등 원인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기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0년간 외국인 거래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는데 부동산 활황기에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거래 건수도 늘어나는 패턴을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건축물거래 현황을 보면 2010년대 초반 월별 500여건 수준을 유지하던 거래건수가 집값이 급등하던 2020년 하반기와 지난해 상반기엔 2000건을 넘나들었다. 이 시기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고강도 규제를 쏟아냈지만 외국인들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한 중국인은 100% 대출 만으로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를 89억원에 매입했다. 우리 국민의 경우 대출규제 때문에 이런식으로 주택 매입을 할 수 없으나 외국인은 해외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금융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러한 사례가 알려지며 역차별, 시장 교란 같은 비판과 함께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거래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외국인 부동산 취득에 있어 제한이 필요하다. 시장 교란 행위, 시장 안정을 해치는 불안 요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정부의 규제 정책 강도가 강한 편인데 이정도로 규제 정책을 펴는 나라가 많지 않다보니 호혜주의로 인해 외국인 규제에 나서지 않는 걸로 보인다. 그럼에도 지금 상황은 내국인과의 역차별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특히 강남의 특정 아파트를 많이 사면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단 비판이다.
대출과 세금 등에 있어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단 조언이다. 고 원장은 “외국인들이 자국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버리면 통제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방법은 찾으면 된다”며 “은행이 어디가 됐든 매입 자금 조달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며 “다주택 여부도 이젠 전산화가 돼 외국인등록번호를 통해 조회하면 확인할 시스템은 구축돼 있다. 다주택자에 대해선 외국인도 같은 잣대를 대야 한다”고 말했다.
구강모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불법 자금이 유입되는 걸 사전 차단하기 위해 자금 증빙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고 내국인과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려면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문제를 동일한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관계 증빙 서류 첨부를 의무화해 외국인 다주택자에 대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단 조언이다. 미국은 외국인 거래시 가족등록부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외국인에 대해 내국인 다주택자의 최고 세율을 매기고 있다.
구 위원은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이 다주택자인지 모르고 1주택자처럼 세율을 처리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외국인이 부동산 투자 자금을 해외로 매각할 때 일부 금액을 묶어놓았다가 당해연도 세금 처리를 다 마친 뒤 풀어주게 돼 있는데 이런 것도 고려할 만 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비정상적으로 의심되는 외국인 부동산 거래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불법사항 적발시 세무조사나 과태료룰 부과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실태조사 수준을 넘어 시장을 교란하는 외국인 부동산 거래를 법률로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0년 외국인에 대한 상호주의 적용 대상에 건축물을 포함하고, 대통령령을 통한 상호주의 적용을 의무화하고 주거용 부동산은 해당 국가에서 우리 국민에 대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국내 주거용 부동산 취득, 양도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상호주의적 입장에서 외국인의 토지 취득 또는 양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통령령을 제정하지 않고 있어 실제 상호주의에 따른 제한을 받는 외국인이 없단 문제의식에서 나온 법안이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국민은 중국에서 토지를 소유할 수 없고, 외국 부동산 취득에 제한이 있는데 외국인은 국내 부동산을 아무 제한 없이 취득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에 대해 상호주의적 입장에서 제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제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당 태영호 의원은 지난해 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해당 국가의 허용범위와 동일하게 상호주의를 적용하고 외국인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토지거래를 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토지취득 제한이 약하고 규제지역에서 내국인은 대출규제 등 부동산 취득 제한을 받지만 외국인은 자금조달에 있어 제한 없이 살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책이다.
태 의원실 관계자는 “내국인은 종합부동산세나 다주택자 세율 인상 등 제한 조치가 있는데 외국인도 국내 투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맞단 취지를 담은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부동산 거래를 제한했을 경우 외교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내놓는다. 그러나 홍 의원실 관계자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홍콩, 싱가포를 등 다른 나라에서도 외국인 부동산 거래 관련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취득세 등 세금을 올리거나 아예 강력하게 제한을 하는 나라도 있다. 그 말은 물론 논란은 될 수 있겠으나 우리도 그런 규제가 가능하단 얘기”라며 “외국인 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겠지만 문제가 심각하다면 적극적으로 정책을 도입하지 못할 건 아니”라고 말했다.
구 위원은 “외교적 마찰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경우 외국인의 취등록세에 대해 명확하게 중과세를 하고 있는데 이런 외국의 사례들을 통해 풀어나갈 방법들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순히 외국인 규제를 강화하자고 한다면 외국인 차별 문제가 나올 수 있지만 상호주의로 접근한다면 해결할 수 있단 설명이다.
다만, 두 법안 모두 그동안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이와 관련 해당 의원이 법안을 다룰 국토교통위원회가 아닌 다른 상임위에 있다보니 추진 동력이 떨어졌단 관측이 나온다. 다만, 외국인 부동산 투기 규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해 향후 국회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올 수도 있단 전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책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외국인, 특히 중국인 부동산 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투기 성격도 강해 어린 자녀들이 취득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우리 국민이 외국인 부동산에 세를 살아야 할 상황인데 시간이 지나면 더욱 늘어날 것이라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지금 늦었지만 법안이 됐든 정부 정책이 됐든 어떤 식으로든 규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