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전문약 부진으로 매출 급감, 영업익 변동 커···실적 정정사건 여파로 작년도 부진
1분기 매출·영업익 호조···건기식에 ODF 적용 연구 진행, 작년 연구개발비 67억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사모펀드가 인수해 경영을 시작한 지 2년이 넘은 서울제약 실적이 올 들어 호전됐다. 인수 후 여러 사건을 겪은 서울제약이 경영 호조를 지속하고 특히 향후 연구개발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월 당시 서울제약 최대주주 황우성 회장 외 8인은 주식 379만1715주(지분율 44.68%)를 큐씨피 13호 사모투자합자회사에 양도했다. 양도 대금은 450억원이다. 큐씨피 13호 사모투자합자회사는 밴처캐피탈 ‘큐캐피탈’이 운영하는 사모펀드다. 오너 2세 황 회장이 경영하던 서울제약이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업체로 변경된 지 2년 4개월이 경과된 것이다.
이에 따라 눈에 띄는 변화는 제약사 근무 경험이 없는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다. 현재 서울제약 대표이사는 각자 대표 체제다. 지난 2020년 3월부터 근무하는 윤동현 대표이사는 큐캐피탈파트너스 투자본부장 출신이다. 1975년생인 그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윤 대표보다 10일 가량 늦게 서울제약에 합류한 신봉환 대표이사 사장은 큐로F&B 사장을 역임했다. 1958년생인 그는 영남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이다.
사모펀드가 인수해 경영한 최근 2년간 또 다른 변화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다. 매출을 보면 개별재무제표 기준, 인수 전인 지난 2019년 540억원에 비해 2020년 522억원, 2021년 405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9년 37억원에 비해 2020년 61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지난해 57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수 여파도 있지만 매출이 급감하고 영업이익이 롤러코스터를 탄 원인 중 하나는 주력 전문의약품 매출 부진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르정’과 소화성궤양제 ‘서울파모티딘정’, 비만치료제 ‘펜디진정’, 동맥경화용제 ‘크레스틴정’, 비만치료제 ‘웰트민정’, 소화성궤양제 ‘엑사티드캡슐’ 등 주요 6개 전문약 매출이 대부분 하향세를 보였다. 서울제약 매출 1위인 아토르정은 지난 2019년 23억7000만원에서 2020년 21억2000만원, 2021년 21억7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웰트민정도 2019년 14억2000만원에서 2021년 9억6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6개 전문약 매출은 지난해 기준, 전체 26.7%를 점유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며 “여러 원인이 있지만 2020년 영업조직을 정비하고 영업전략에 변화를 추진한 것이 전문약 매출에 간접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모펀드가 인수해 서울제약을 경영한 지 3년차가 된 올해 들어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호전됐다. 매출은 12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80억원 대비 56.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억원으로 지난해 22억원 적자 대비 흑자전환됐다. 이같은 경영실적과 관련, 서울제약 관계자는 “실적 오류 정정사건 후유증으로 지난해 하락한 실적에 비해 올해 상대적으로 오른 것”이라며 “다른 제약사와 유사하게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실적 오류 정정사건이란 서울제약이 지난 2020년 8월 과거 4년 치 경영실적을 무더기 정정한 사건을 지칭한다. 이 과정에서 연간 영업손실은 1번에서 3번으로 정정됐다. 순손실도 1번에서 4번이 됐다. 모두 사모펀드가 서울제약을 인수하기 전 발생한 것이다.
사모펀드 인수 후 복잡한 과정을 거친 서울제약은 향후 연구개발에 치중할 전망이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67억원이다. 전년 27억원 대비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53%다. 상위권 제약사들이 매출 10% 안팎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관행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서울제약 연구개발 핵심은 전문약 외에 일반의약품, 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에도 구강붕해필름형제제(ODF)를 적용시키기 위한 연구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항균앤그린프로폴리스필름’과 ‘(가칭)릴랙스앤락티움필름’, ‘(가칭)보습앤히알루론산필름’, ‘(가칭)눈건강앤베타카로틴필름’ 등 건기식ODF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구강붕해필름이란 물 없이 혀 위에 올려 간편하게 복용이 가능하면서도 복약순응도를 높인 제형을 지칭한다. 기존 물 없이 녹여 먹는 구강붕해정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제형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ODF는 우표와 비슷한 모양과 두께를 가진 얇은 필름으로 혀에 올려놓기 좋은 사이즈”라며 “쉽게 설명하면 물 없이 우표처럼 얇은 필름을 빨아먹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ODF 제형은 정제, 캡슐제, 시럽제 등에 비해 차별화된 장점을 갖고 있다“며 ”대부분 구강청결제, 감기약, 소화제 등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서울제약은 고지혈증, 위식도역류질환 관련 개량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주목된다.
결국 사모펀드가 2년 전 인수해 경영하는 서울제약은 전문약 부진과 실적 오류 정정사건 등 여파로 변화가 큰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올 들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호전된 서울제약은 비용을 투자하며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향후 성과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서울제약 대표품목은 역시 ODF 제형인데 연구개발 방향을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제약 경험이 부족한 경영진과 그들을 보좌하는 임원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