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광저우 공장, 2분기부터 감산 시작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LG디스플레이가 2분기부터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감산에 돌입했다. 디스플레이 업황 악화와 삼성전자와의 OLED 공급 협상 결렬 등이 생산량 조정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대형 OLED 패널 1000만대 이상 출하 목표 달성도 어려워졌다.
2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2분기부터 국내외 공장의 대형 OLED 패널 생산량을 줄였다. 파주 공장 가동률은 50% 이하로 1분기보다 출하량이 절반 정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저우 OLED 라인의 경우 지난해 가동률이 100%를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90% 이하로 떨어졌다.
전방산업 위축으로 패널 재고가 증가하면서 가동률을 높게 유지할 필요가 없단 분석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와 TV 수요 감소로 패널 재고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주요 고객사인 LG전자가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TV 생산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점도 LG디스플레이 재고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 1분기 재고자산은 약 4조230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503억원)보다 25% 이상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의 패널 재고 일수가 67일로 11개 패널사의 평균(56일)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의 OLED 패널 협상 결렬도 생산량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는 협상 타결을 염두에 두고 높은 수준의 공장 가동률을 기록했지만, 패널 공급이 무산되면서 감산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의 올해 대형 OLED 출하량은 800만~900만대 정도로 전망된다. 900만대를 생산할 경우 지난해 출하량 800만대보다는 10% 이상 증가하지만, 당초 목표였던 1000만대에는 미달하는 수치다. 서동희 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연간 1000만대 판매를 위한 생산 인프라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대형 OLED 사업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LG디스플레이의 올해 대형 OLED 출하량을 840만대 정도로 전망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 패널 출하는 기존 계획인 1000만대를 밑돌아 800만대로 전년 수준에 불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의 내년 대형 OLED 출하량이 늘어나려면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확보해야 한단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 패널을 구매한다면 수량은 200만대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양사 패널 공급 협상 재개 시점은 오는 4분기 이후로 예상되는 가운데 계약 체결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삼성전자의 OLED TV 출시는 카니발리제이션(신제품이 기존 주력 제품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이 되는데, 지금 액정표시장치(LCD) 판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LCD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TV가 더 매력이 있다”며 “네오 QLED TV가 현재 잘 팔리고 있어서 올해 판매 목표치인 300만대가 달성되면 삼성전자가 협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협상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무리하게 추진할 수는 없다. 급하게 나서면 삼성전자 쪽에서 패널 가격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는 시장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