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 카드론 평균 금리 12.99%···1월 대비 0.67%p↓
인터넷은행·저축은행 등 타업권과 대출 경쟁 심화
연말까지 금리 인상 지속 전망···“금리 인하 전략 유지하기 어려워”

7개 카드사 카드론 금리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7개 카드사 카드론 금리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채권 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의 카드론 금리는 오히려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 등 타 업권과 대출 경쟁에서 금리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금리 인상에 가속도가 붙은 만큼 향후 수익성 하락이 우려된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7개 전업계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9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말 13.26%에서 0.27%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 1월 말(13.66%)과 비교하면 0.67%포인트 내렸다.

카드사별로 보면 하나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카드사들은 일제히 지난 1월 말 대비 카드론 금리가 낮아졌다. 우리카드는 지난 1월 말 기준 카드론 금리가 14.16%에서 5월 말 12.07%로 2.09%포인트 내리면서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신한카드도 같은 기간 13.78%에서 12.11%로 1.67%포인트 하락했으며, 뒤이어 롯데카드(-0.72%포인트), 현대카드(-0.71%포인트), KB국민카드(-0.59%포인트), 삼성카드(-0.4%포인트)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1.00%였던 금리는 현재 1.75%로 올라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됐지만 올해 들어 금리 인상 속도가 매우 빨라진 셈이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도 함께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금융사들의 대출 금리도 오르기 마련이다. 일례로 시중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섰고 신용대출 역시 연 5%를 돌파하면서 지난해보다 1%포인트가량 높아졌다.

금리 인상 기조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의 카드론 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는 배경에는 10% 중반대 금리를 적용하는 중금리대출 부문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 등 타 업권과 경쟁이 격화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여파로 지난해보다 대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카드론 우대금리를 높여 타 업권과 대출금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저축은행 36곳이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4.51%로 지난 4월(14.81%)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케이뱅크가 지난 21일 여신 금리를 최대 0.41%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작년 같은 경우에는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 투자와 관련한 자금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 경기가 둔화세에 접어들고 나서는 자금 수요 자체가 줄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등 타 업권에서 공격적인 중금리대출 영업에 나서면서 대출 시장 내 경쟁이 격화됐고, 수익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우대금리를 높여 대출 금리를 낮추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난해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서 다른 업권과 중금리대출 타깃이 많이 겹치게 됐다”며 “최고금리가 20%를 넘지 못하니까 경쟁시장 자체 구간이 좁아진 점도 대출 경쟁 심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카드사들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낮은 대출 금리로 카드론 판매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카드채 만기가 보통 3년이라 현재 판매되는 카드론 금리에는 과거 조달비용이 반영돼 있다”며 “때문에 지금 당장 카드론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는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이 본격화됐으니 그 영향이 점차 가시화될 것이고 지금과 같은 우대금리 제공 전략이 장기적으로 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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