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5개사, 일부 채소 중심으로 낱개 판매 돌입
소비자 반응 긍정적···향후 지켜보고 품목 늘려나갈 계획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가족 단위 고객이 주 소비층인 대형마트가 농산물 낱개 판매를 시작했다. 물가 상승세와 1인가구 증가로 정부는 대형마트와 협력해 양파, 파프리카와 같은 일부 채소를 1개씩 낱개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량으로 상품을 판매하며 고객 수요를 대응해왔던 편의점과 대형마트 간의 경쟁 구도로 형성되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일부터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농협하나로마트·GS더프레시 등 대형마트 5곳과 협력해 ‘농산물 무포장·낱개 판매’를 전국 1481곳 대형마트에서 시행하고 있다.
농산물 낱개 판매는 양파, 감자, 당근, 고구마, 파프리카 등 농산물을 묶음 포장하지 않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대형마트는 양파는 15~20개, 파프리카는 5~6개씩 묶음 포장해 판매해왔다. 이로써 1인가구, 소가족들은 대형마트에서 채소를 구매하기에 부담을 느껴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17~23일 일주일간 전국 17개 시도별 5개 대형마트(96개 점포)와 협력해 양파 낱개 판매 시범행사를 추진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시 현장 반응을 살펴본 결과 소비자는 가구 사정을 고려한 소량 구매 가능, 폐기물 저감 등 이유로 양파 낱개 구매를 선호하고, 향후 낱개 구매를 확대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기자가 둘러본 이마트 양재점과 홈플러스 남현점은 일부 채소에 한정해 낱개 판매하고 있었다. 이마트에서는 무와 양파, 홈플러스에서는 감자, 당근, 무, 배추 등을 낱개로 판매하고 있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였다. 주부 김아무개씨(35)는 “식자재를 일반 슈퍼마켓처럼 소량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거 같다”며 “매번 묶음 포장으로 구매하면 반은 버렸는데 사고 싶은 만큼만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다들 소비자는 “특히 양파는 망으로 구매하면 보관을 잘 한다고 해도 짓눌리거나 썩는 경우가 많다”며 “필요 이상으로 구매해 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했다.
이마트 직원은 “현재 일부 채소만 낱개로 판매하고 있다”며 “향후 판매 품목을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홈플러스 직원도 “낱개 판매한지 며칠 됐는데 소비자들 반응도 좋다”며 “일단 소비자들 반응을 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홈플러스에서는 약 20개 상품을 1인, 2인가구가 한끼에 먹기 적절한 양을 담은 ‘소포장 상품’을 농산·축산·수산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달 1~15일 판매된 수산류 중 소포장 상품의 매출 비중이 지난 1월 대비 2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축산류와 채소류 상품군의 매출 비중도 각각 320%, 120% 신장했다.
다만 아직 채소 낱개 판매는 시행 초기 단계라 허점이 발견됐다. 정부가 대형마트와 협력해 낱개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대형마트 어느 매대에도 관련 내용이 적혀있지 않았다. 기자 역시 마트 직원에게 “채소 낱개 판매하고 있냐”고 질문할 정도로, 어느 상품이 낱개 판매 대상인지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려웠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소량 단위 구매, 상품을 늘리고 있다”며 “지점별 자율 운영으로 낱개 판매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고물가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고 유통사들도 포장재 축소하는 방침을 이어가는 상황이라 낱개 판매 품목은 향후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이번 농산물 무포장·낱개 판매 전국 확대를 계기로 국산 농산물의 무포장 형태 유통이 정착되길 기대한다”며 “소비자는 필요한 만큼만 농산물을 구매해 가계 부담 완화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