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글렌데일시 시장 본사 방문, 도시개발 협력 MOI 체결
LA 주상복합 ‘더 보라 3170’ 하반기 준공 앞둬
신규 사업 위해 1300평 부지 추가 매입
주력 공공택지 물량 줄자 사업다각화 나서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반도건설이 미국 주택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LA 중심가에 짓고 있는 주상복합이 하반기 준공을 앞둔데 이어 최근 신규 사업을 위한 추가 부지도 확보했다. 그동안 미국의 까다로운 인허가 탓에 철수하는 건설사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행보다. 최근에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먼저 사업 협력에 손을 내미는 등 성과도 인정받는 모습이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지난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와 도시개발 사업을 위한 협력의향서(MOI)를 체결했다. MOI를 통해 글렌데일시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미국 주택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서울 강남 반도건설 본사에서 진행된 체결식엔 박현일 반도건설 총괄사장과 알다시스 카사키안 클렌데일시 시장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글렌데일시는 광역 로스엔젤레스(LA) 전체 88개 시 중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최근 증가하는 인구로 인해 주택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층고 완화와 용적률 상향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속도로 위 공간을 활용한 도심 공원화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카사키안 시장은 한국 방문 첫 번째 일정으로 반도건설과 미팅을 잡고 도시개발 협업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린데일시가 먼저 관심을 나타낸 배경에는 반도건설이 최근 LA 주택 개발사업에서 보여준 성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건설은 현재 LA에서 ‘더 보라(The BORA) 317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더 보라 3170은 반도건설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LA 한인타운 중심에 지하 1층~지상 8층, 252가구 규모 한국형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다. 2020년 7월 토지매입에 이어 지난해 초 착공을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매매보다 임대가 주를 이루는 미국 주거문화 특성상 초기엔 임대로 운영하다가 향후 통매각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더 보라 3170은 미국에서 진행하는 자체 개발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동안 많은 국내 건설사들이 미국 진출에 나섰지만 단순 시공을 맡거나 까다로운 인허가와 행정절차 문턱을 넘지 못해 토지를 매각하고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반도건설은 계열사를 통해 현지법인 ‘반도델라’를 설립하고 토지 매입부터 인허가, 시공·공급 등까지 직접 추진했다. 국내에서도 쉽지 않은 자체사업을 해외에서 벌인 셈이다.
최근에는 사업 영역을 더욱 넓히고 있다. 반도건설은 더 보라 3170 부지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부지 2개를 매입해 새로운 주택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해당 부지는 각각 1498㎡(453평), 3246㎡(982평) 규모다. 더 보라 3170 부지와 함께 LA 한인타운 내 노른자 입지로 꼽히는 곳들이다. 동쪽 다운타운, 서쪽 비벌리, 북쪽 할리우드 등 주요 지역이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했다. 이곳엔 개발 이후 152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미국 사업 진출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권 전 회장은 2028년 올림픽개최 등 대형 개발호재로 제2의 건설붐이 조성되고 있는 미국건설 시장을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사업 초기부터 LA를 비롯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을 방문하며 직접 사업지를 물색했다. 아울러 시장 조사와 인허가∙행정절차∙사업성 등도 일일이 챙겼다. 더 보라 3170 프로젝트가 현지조사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하기까지 2년 가량 시간이 소요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1년 ‘두바이 유보라타워’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경험도 해외 사업 진출을 고려한 배경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75층 오피스타워와 16층 주거타워를 짓는 사업이다. 반도건설은 당시 중동에서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부지 매입, 자금 조달, 시공, 분양 등 전 개발 과정을 총괄했다.
반도건설이 미국 사업에 진출한 건 사업 다각화 차원이기도 하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34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14위) 대비 20계단 떨어진 것이다. 공공택지 물량 감소로 인한 수익성 감소와 차입경영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체질 개선을 위해 권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했다. 이후 해외 개발사업을 비롯 공공토목∙레저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최근 건설시장의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미래를 위해 미국 진출에 나섰다”며 “사업성이 괜찮다면 부지가 있다면 계속 도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반도건설은 권 회장이 1970년 부산에서 세운 작은 회사에서 시작됐다. 1980년 부산∙경남권 건설회사인 ‘태림주택’을 인수하며 영남권에서 기반을 다졌다. 1989년 반도종합건설을 거쳐 2001년 반도로 상호를 바꿨다. 2000년대 이후 아파트 브랜드 ‘반도유보라’를 앞세워 수도권에 진출했다. ‘보라’는 권 회장의 장녀 이름에서 따왔다. 회사는 당시 신도시에서 공공택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방식으로 사세를 키웠다. 꾸준한 성장덕에 지난해 자산 총계 1조원 후반대 규모의 건설사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