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 결정 연기···한전 실적 악화에 인상 불가피론 제기
정부, 한전 자구노력 미흡 지적·성과급 반납 권고···주중 인상여부 발표 가능성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룬채 한국전력공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한전의 심각한 영업적자로 요금인상 압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고물가로 인한 국민 고통 또한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너지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했을 때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한전에 유의미한 자구안을 받아내 여론을 달래기 위한 행보란 관측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여부에 대한 결정을 연기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조정돼 있다. 이중 연료비 조정요금은 분기별로 조정한다. 앞서 한국전력공사는 올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 요구는 경영 악화 때문이라기보다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계산하는 방식이 있는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가 부분이 많이 올라 그것에 맞춰 요금 산정을 해서 얼만큼 올라야 하는지를 제출한 것”이라며 “제출한 부분에 대해선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협의를 통해 인상폭 통보를 받으면 거기에 맞춰 전기요금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회사 경영 상황과 연결짓는데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급속히 악화한 실적 또한 반영된 요구란 시각이다. 전날 산업부 주최로 열린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공청회에서도 최근 한전의 경영 상황을 봤을 때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란 전문가 진단이 쏟아졌다.
한전은 올 1분기 7조7869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력판매량 증가 등으로 매출액이 1조3729억원 늘었으나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 증가 등으로 영업비용이 9조725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최대규모인 5조8601억원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심각한 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그 원인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한전은 LNG와 석탄 등 연료 가격 상승에 더해 전력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증가했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의무이행비율이 9%에서 12.5%로 상향된데 따른 결과라고 본다. 이중 연료가격 상승에 있어선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이란 지적이 나온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고 원전에 비해 단가가 비싼 LNG 발전 비중을 높였는데 최근 글로벌 에너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국제유가에 민감한 LNG 가격도 덩달아 뛰면서 발전 단가가 급상승한 것이다.
올해 첫 신입생을 받은 한전공대도 결과적으로 한전 재무상황에 부담으로 돌아왔단 분석이다. 한전공대는 세계 첫 공공형 에너지 전문 교육기관으로 설립됐는데 업계에선 설립 관련 비용으로 1조6000억원 가량 들어갈 것으로 추산한다. 이 비용중 1조원 가량은 한전과 발전 자회사가 부담해야 한다.
한전은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재무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방안을 내놓았다. 비상대책위원회 확대 구성, 출자 지분 매각 추진, 보유 부동산 매각, 해외 석탄발전소 매각 등 해외사업 재편 및 구조조정 추진, 투자사업 조정, 전력 생산원가 절감 노력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경영 개선에 한계가 있단 회의적 전망이 나온다. 전임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준의 강도 높은 대책이 나와야 한단 지적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전 직원 10% 이상은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경영평가 결과 한전과 발전공기업 임원은 억대, 직원들도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지금 재무위기라며 전기요금을 요구하면서 정작 내부직원들은 고액연봉의 혜택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한전의 자구책이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직접 한전에 경영악화에 대한 자성을 요구했고, 한전이 202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보통(C) 등급을 받았음에도 기관장 등 경영진 성과급 반납을 권고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한전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는 행보를 놓고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번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문제가 심각해 전기요금 인상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국민 여론을 의식해 한전에 더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것 같다”며 “결국 연료비 조정단가는 올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 아직 협의가 진행중”이라며 “이번 주 내로 결정하려고 하는데 확답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