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특성상 정부지분 높아 소유구조·의결권 행사 항목 낮게 평가
고탄소업종이 대부분인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익스포저로 작용

주요 금융사 ESG 등급 현황(2022년 기준)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주요 금융사 ESG 등급 현황(2022년 기준)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IBK기업은행이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A(우수) 등급을 받은 것과 달리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로부터는 BB(보통) 등급을 받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 ESG 등급이 국내외 평가기관 가릴 것 없이 비슷하게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국책은행 특성상 정부 지분이 높다 보니 소유구조와 의결권 행사 항목 점수가 낮게 평가된 데다 고탄소 업종이 대부분인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하면서 발생하는 리스크 노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국내·외 평가기관에 따라 ESG등급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관인 KCGS의 경우 A등급이었지만 글로벌 평가기관인 MSCI에서는 BB등급을 받은 것이다. 주요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KCGS에서 A+ 또는 A, MSCI는 AA 또는 A등급을 받은 것과 대비되는 평가다. 

MSCI는 지난 2019년부터 전 세계 상장기업들을 업종별로 구분하고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분야를 영업별로 나눠 35개 핵심 이슈에 대해 평가하고 정기적으로 ESG 등급을 매긴다. MSCI ESG 등급은 긍정적 등급(AA∼AAA)부터 부정적 등급(CCC∼B)까지 7단계로 나뉜다.

우선 업계에서는 등급 격차 배경으로 기관마다 평가 항목과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예를 들어 환경(E) 분야의 경우 MSCI의 평가 항목은 ▲기후변화 ▲천연자원 ▲오염·폐기물 ▲환경적 기회인 반면, KCGS는 ▲환경전략 ▲환경조직 ▲환경경영 ▲환경성과 ▲이해관계자 대응을 기준으로 삼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점과 감점 방식을 적용하는 틀은 유사하지만 세부적인 점수 산정 및 가중치 부여 등에 차이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격차 배경을 참작한다고 해도 타 금융지주사들의 ESG 등급이 비슷하게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물론 4대 금융지주들이 평가항목이 상이하더라도 각 해당 평가항목에 잘 대응해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객관성을 보유해야 할 ESG 등급이 기관마다 차이가 크다는 것은 신빙성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업은행의 경우 국책은행이라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KCGS의 경우 국내 평가기관이다 보니 국책은행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감안해 준 측면이 있었지만 MSCI는 그런 부분이 다소 소홀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IBK기업은행의 정부 지분은 63.74%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0년 초 이미 절반이 넘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정부가 이후에도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기업은행의 경영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했다는 논란도 제기됐지만 국책은행의 공적 역할을 강조한다면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정부 역할이 강화되면서 국책은행의 소유 구조가 정부에 더욱 집중되고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런 부분이 MSCI 점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만의 특수한 지배구조가 글로벌 ESG 등급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해 ESG 등급이 다소 미흡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또한 고탄소업종이 대부분인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ESG 평가에 있어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 전문성을 발휘해 중소기업 금융지원 부문에서 최고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ESG경영에 대한 관심도 낮고 여력도 없어 빠르게 바뀌는 경영환경에 뒤쳐질 우려가 크다. 중소기업은행 설립 목적에 따라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적극적으로 위험 분담에 나서 금융지원과 ESG경영을 유도해야 하는데 MSCI는 해당 역할을 리스크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공백을 채우고 중소기업 대출 시장에 집중하다 보니 익스포저(리스크 노출)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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