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수급 타이트하고 이미 거래처 나눠져 있어 경합 가능성 낮아
일본산 철스크랩 싸게 들여올 수 있는 기회 되기도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 철강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올라가는 측면이 있겠지만, 이와 무관하게 국내 철강업계의 호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일본과 경쟁하는 부문이 있긴 하지만, 시장상황 자체가 환율 영향과 무관하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품 가격경쟁력이 올라가지만 이번 엔저현상은 전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에게 주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과거 일본과 경합을 벌였던 기업들은 이미 주력 상품이 다르거나 기술력이 뛰어나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 2010년 이후 완화되는 추세다. 특히, 가전제품 및 자동차 부문에서 경합도 하락폭이 컸다. 경합도가 낮을수록 양국이 수출 구조 유사성이 낮아 경쟁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일각에선 철강업계의 경우 여전히 일본과 경쟁을 벌이는 품목들이 존재하는 만큼, 타격이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달리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인데 업계에선 시장을 뜯어봤을 때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전반적으로 시장 자체가 공급이 타이트한 상황이라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공급부족으로 인한 철강 제품가격 상승효과로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재진 한국철강협회 통상협력실장은 “시장에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자금은 글로벌적으로 철강재 부족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우리 업계도 적극적으로 수출을 하려는 분위기도 아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주요 수출국인데, 전쟁이 끝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리 것으로 보여 현 상황이 갑자기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과 일본이 사실상 어느 정도 거래처가 나눠져 있어 부딪힐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엔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국내 철강업체 인사는 “새로운 시장이 열려서 경합하게 되는 게 아니라, 기존 고객사들이 세팅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엔화가치 하락 때문에 시장상황이 바뀌게 될 것으로 보진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엔저 현상이 오히려 철강업계에 호재가 되는 측면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우리 철강업계는 일본에서 철스크랩(고철)의 상당량을 사들여 오는데 엔저 때문에 싸게 들여올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철강업계가 일부 우려처럼 엔화가치 하락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시장별로 봤을 때 철강 부문의 경우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일본 대비 경쟁력 하락이 나타난 만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필요성은 있어 보이지만, 역시 전반적으로 봤을 땐 엔저로 인한 큰 영향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