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신 불균형 현상 지속···IPO 위해선 대출자산 늘려야
작년 투자금 자본으로 인정받으려면 IPO 성공해야

케이뱅크 서울 본사 전경 / 사진=케이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케이뱅크가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내려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케이뱅크는 이르면 올해 진행되는 기업공개(IPO)에 성공하기 위해선 대출자산을 최대한 늘려야하기에 이익 감소를 감내하고도 대출 금리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다음 달 말 전세계약 갱신청구권이 종료돼 전세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에 맞춰 발 빠르게 전세대출 금리를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전날부터 아파트담보대출을 고정금리형 혼합금리 상품금리를 연 0.35~36%포인트 낮췄다. 변동금리형 상품(6개월 금융채연동금리)은 0.3%포인트 인하했다. 이와 함께 전세대출 금리도 일반전세는 연 0.41%포인트, 청년전세는 연 0.32%포인트 내렸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과 반대되는 행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것을 시사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은행권 대출금리도 우상향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케이뱅크가 손해를 감수하고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예·적금 금리가 올라간다. 케이뱅크도 이달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올렸다. 여기에 대출 금리를 내리면 은행의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예대마진)이 축소돼 은행이 얻는 이자이익도 그만큼 감소한다. 특히 케이뱅크는 전체 사업 가운데 여수신업의 비중이 압도적이기에 예대마진이 감소하면 전체 실적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케이뱅크는 이익을 덜 거두더라도 우선 대출자산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이다. 빠르면 올해 기업공개(IPO)에 나서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올 초에 상장 주관사를 정했다. 이달 중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케이뱅크가 IPO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선 예·적금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여·수신 불균형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총 대출 잔액은 7조8077억원으로 작년 말(7조898억원) 대비 10% 크게 늘었다. 올해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눈부신 성장세다. 하지만 여전히 예·적금 잔액(11조3175억원) 대비 69% 정도에 그쳤다. 

자료=케이뱅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특히 전세대출의 경우 전세계약 갱신요구권 인정 기간 만료에 맞춰 금리 인하를 빠르게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7월 말 주택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인정하는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된다. 지난 2020년 7월 말 시행된 이 법안은 세입자가 전세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도 5% 이내로 묶을 수 있도록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한 번만 쓸 수 있어 다음 달 말로 계약갱신청구권이 종료된다. 

계약갱신권 종료로 오는 8월부터는 전세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입자는 올해 8월부터 다시 전세를 계약하기 위해선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줘야 할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도 수요 증가에 맞춰 전세대출 금리를 내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사업 확장을 위해선 IPO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 1조2500억원 가운데 7250억원은 상장을 해야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자 당시 최대 주주인 BC카드는 투자자들과 주주간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는 케이뱅크가 2026년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BC카드가 투자자들의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은 투자금 중 이 조건이 달린 부분인 7250억원을 순수자본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투자금을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도 17.31%로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규제치(8%) 대비 아직 여유가 있지만 인터넷은행의 자본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대출자산이 불어나면 지표가 크게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O에 성공해 투자금을 자본으로 인정받아야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영업이 가능하단 평가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이 7%를 넘기고, 연내 8%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커지는 주택 관련 대출 이자로 인한 고객 부담을 덜기 위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며 "또 대출자산 성장 등 은행의 경영과 관련된 부분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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