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이르면 내달 5G 신규 요금제 출시···‘5만원대후반·20GB대초반’ 전망
소비자단체 “30~100GB 구간 요금제 다양화 필요”
통신3사, 국감 이후 신규 요금제 출시 가능성도···‘면피용’ 지적 피할 목적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부의 독려에 따라 통신3사가 이르면 내달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전망이다. 통신업계에선 월 5만원대 후반에 20GB 초반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요금제 신설은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만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단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규 요금제 출시에도 30~100GB 구간의 요금제가 없는 탓에 5G 요금제 양극화 해소가 어려운 탓이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3사의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독려하고 있다. 소비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한 적정 수준의 요금제 출시를 유도해 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단 취지다.
실제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5G 이용자들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6GB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통신3사의 5G 요금제는 월 5만원 중반대에 10~12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상품 또는 월 6만원 후반대에 110~15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상품 등으로 나뉘어 있다.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고려하면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남는 탓에 5G 상용화 이후 요금제 다양화 요구가 지속돼왔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달 30일 물가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올 3분기 내 통신3사가 5G 중간요금제를 신설하도록 유도하겠단 계획을 밝히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런 가운데 통신업계에선 통신3사가 5만원대 후반의 금액에 20GB 초반대 데이터를 제공하는 신규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이 최근 과기정통부에 5만9000원 이하, 기본 제공 데이터 21GB 이상의 중간요금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와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요금제를 내놓을 전망이다. 경쟁이 미흡한 통신시장 특성상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 대비 과도하게 저렴하거나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보다 1000원 저렴하거나, 가격은 같은데 데이터를 조금 더 제공하는 정도의 요금제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SK텔레콤이 워낙 압도적인 힘이 있기 때문에 후발 사업자가 경쟁하려고 요금제를 내도 SK텔레콤이 따라오면 원하는 만큼 가입자는 안 모이고 출혈만 커지게 된다.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SK텔레콤을 뒤따라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신3사가 이같은 요금제를 내놓더라도 실제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기엔 부족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제공 데이터 기준 30~100GB 구간에 해당하는 요금제가 없는 탓에 5G 요금제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데이터 구간별로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가입할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하란 것이 시장의 요구였는데, 현재 논의되는 요금제는 형식적인 출시에 불과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며 “통신비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게 출시 배경인데,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요금제가 나와야 하지 않나 싶다. 하나로 끝낼 것이 아니라, 20GB에서 100GB 사이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 여러 개를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GB 초반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의 가격으로 5만원대 후반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소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금액대가 제시됐으면 한다”며 “소비자들이 제공 데이터 단위당 격차에 대한 문제 제기도 했지만, 데이터를 적게 쓰는 사람과 많이 쓰는 사람간 사용 요금제의 가격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도 감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선 통신3사가 국회에서 이같은 문제를 제기할 것을 우려해 5G 중간요금제 출시 시점을 국회 국정감사 이후로 미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 입장에선)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충족하는 정도로 요금제를 내면 매출에 타격이 없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며 “과기정통부가 적어도 30GB대 요금제 출시를 요구하겠지만 SK텔레콤이 버틸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감 전에 요금제를 출시하면 제공 데이터 기준 40~50GB에 해당하는 요금제는 출시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내달 7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등 통신3사 대표(CEO)들과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는 지난달 이 장관 취임 후 첫 통신업계 CEO 간담회로, 이날 회동에선 5G 중간요금제 도입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