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에 가격 경쟁력 밀려 초기 적자 불가피
삼성전자 OLED 전략과도 연관 있다는 분석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패널 수율이 최근 80%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양산 초기 수율이 50% 이하였다는 걸 감안하면 반년 만에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다. 추가 투자의 걸림돌이었던 수율 개선 속도가 빠른 만큼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QD-OLED 생산 라인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추가 투자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막대한 비용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될 때까지 적자가 불가피한데, 삼성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또 모회사인 삼성전자의 OLED 전략이 명확히 수립되지 않아 투자 결정이 지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료=업계 취합,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삼성디스플레이, ‘적자 감수’ QD 증설에 그룹 차원 결단 필요

2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투자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내부에서 QD-OLED 생산력을 늘리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수율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서 올해 100만대 중반까지도 패널 출하가 가능할 것 같다”면서도 “내년 이후 시장 확대를 노린다면 지금 증산 계획을 검토하고 수립해야 하지만, 아직 삼성디스플레이의 별다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패널을 충남 아산의 Q1 라인 1곳에서 8.5세대 원장 기준 월 3만장 규모로 양산 중이다. 이를 통해 생산 가능한 TV 패널 수량은 연간 기준 최대 180만대로, 현재 수율 80%를 적용하면 산술적으로 144만대 정도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9년 QD디스플레이에 13조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만큼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생산력을 기판 기준 월 9만장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적자를 무릅쓴 대규모 투자 감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증설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 OLED(WOLED) 패널 연간 생산량은 900~1000만대 수준으로 후발 주자인 삼성디스플레이가 물량 측면에서 열세다. 이미 규모의 경제를 갖춘 LG디스플레이보다 생산력이 뒤처지는 만큼 패널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를 증산할 경우 초반 몇 년간은 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서도 철수해 대형 패널 부문에서 어떤 전략을 가져갈 것인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경영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결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 OLED 확대에 보수적···“투자 나서기 어려워”

삼성전자가 OLED 중요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아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투자 결정이 연기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OLED TV 비중 확대에 대해 삼성전자가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 공급 협상이 최근 결렬된 점도 이와 맞닿아 있다고 업계는 판단한다. 협상 중단은 양사가 패널 공급가에서 이견을 보인 요인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OLED 패널 적용을 서두르지 않아도 TV 경쟁력 확보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네오 QLED를 중심으로 한 LCD 패널 기반의 프리미엄 TV 시장 성적이 좋기 때문에 삼성전자로서는 OLED 확대 필요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큰손인 삼성전자가 QD-OLED를 더 쓰겠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양사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 같지는 않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어 이해관계 조율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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