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11박 12일 출장 마치고 귀국
"자동차 업계 급변, 반도체 차세대와 차차세대 기술 느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 만들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전 11박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유럽 출장은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후 6개월만의 해외 경영 행보다.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반도체 장비 업체 등 전략적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인재 확보와 기술력 강화를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위험성을 체감했다며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조직의 재정비 필요성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을 전후에 전세기 편을 이용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노타이에 짙은 남색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출장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좋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고객들도 만날 수 있었고 유럽에서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들도 만날 수 있었다"며 "또 우리 영업 마케팅 고생하는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출장지와 관련해 "헝가리 배터리 공장과 고객사 BMW를 만났고 하만카돈도 갔었다"며 "자동차 업계의 급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극자외선(EUV) 노광 관련 설비를 독점하는 네덜란드 ASML 방문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제일 중요했던 것은 ASML과 반도체 연구소에 가서 차세대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장 불안정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에서는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졌다"며 "시장에서 여러 가지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출국해 헝가리,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을 방문하며 유럽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에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ASML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 공정 구현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만남을 두고 삼성이 EUV 장비 확보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의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EUV 장비 수급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같은 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를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어 벨기에 루벤에서 종합반도체 연구소 아이멕(imec)의 루크 반 덴 호브 CEO를 찾아 첨단 분야 연구과제를 소개받고 현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멕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생명과학·바이오 ▲미래 에너지까지 다양한 분야의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이번 출장에서 인수합병(M&A) 성과에 대한 관심도 쏠린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소감에서 M&A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지난 5년간 대형 M&A를 중단해 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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