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셀코리아' 지속
하반기 반도체 수요 둔화 전망···경기 침체 공포에 투자 심리 위축
"올해 예상 PBR 1.07배 적용 시 5만3000원까지 하락 가능성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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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 속에 삼성전자가 '5만전자'로 추락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인의 '셀코리아'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반도체 수요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되면서 투자 심리는 얼어붙은 모습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81% 하락한 5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던 삼성전자는 직전 하락세를 멈추고 8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으나 하루 만에 5만전자로 추락했다. 삼성전자가 6만원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2020년 11월 4일(5만8500원) 이후 1년 7개월여만이다. 장 초반 2.46% 내린 5만94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외국인이 4360억원을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3861억원, 362억원 순매수했다. 5만9000원대 후반에서 '6만전자 탈환'과 '5만전자' 향방을 놓고 시장 투자자들 사이에 팽팽한 '전망 격돌'이 벌어지면서 거래량이 2881만주까지 폭증했다. 지난 3월 24일 이후 하루 최대 거래량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2004년 4월 13일 60%를 넘겼으나 이후 서서히 낮아져 이날 기준 49.97%까지 빠지며 50%를 밑돌았다. 이는 2016년 4월 28일(49.5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6만원선이 깨지자 삼성전자를 손에 쥔 500만 개미들(소액주주)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초 이후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으로 순매수 규모는 14조원을 웃돌았다. 올해 개인투자자가 코스피에서 사들인 전체 순매수 규모인 20조5597억원의 68.2%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7조5710억원)과 기관(-6조7300억원)은 14조3010억원 순매도했다.

올해 삼성전자를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평균 매수 단가는 6만4789원으로 현 주가 기준 8% 안팎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올해가 아닌 작년 주가가 고점을 기록했을 당시 매수했던 개인투자자는 손실폭이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 주가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달러 강세 영향이 맞물리며 회사 실적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17일 유진투자증권은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종전 8만8000원에서 7만9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와 내년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거시 요인을 반영해 낮춰잡았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기존 60조7000억원에서 58조3000억원으로 4% 하향했고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49조7000억원에서 40조8000억원으로 18%나 낮췄다.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삼성그룹 전체의 시가총액도 크게 감소했다. 17일 삼성그룹 시총은 543조2700억원으로 지난해 말(669조6218억원) 대비 126조원가량 줄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소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축소되면 일시적으로 큰 폭의 주가 하락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올해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07배를 적용한 5만3000원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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