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체 4680 배터리 제작 계획···향후 테슬라에 적용될 것으로 보여
4680 원통형 배터리, 기존 2170 배터리보다 성능 및 원가 절감효과 우수해
업계 “현대차는 업체와의 협력 관계 및 테슬라와의 생산량 차이로 원통형 배터리 적용 어려울듯”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최근 완성차 업체별로 전기차 가격 낮추기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이용해 원가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모델에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께 4680 원통형 배터리(지름 46mm, 높이 80mm)를 양산해 테슬라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13일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공장에 73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원통형 배터리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전기차 제조업체다.
현재 전기차 모델에 이용되는 배터리 종류로는 크게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이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일상에서 이용되는 건전지와 유사한 형태로, 과거부터 생산이 이뤄져 생산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가격 낮추기를 목표로 이전부터 원통형 배터리의 양산 가능성에 주목했다.
원통형 배터리는 이전까지 대형화가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여러 개의 전지를 묶어 사용했는데, 원형 배터리들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며 공간효율성이 낮아졌다. 4680 배터리는 이전에 사용하던 2170(지름 21mm, 높이 70mm) 배터리보다 크기를 키운 원통형 배터리로 에너지 용량과 출력을 늘리고 공정횟수 감소로 생산성을 높여 기존의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을 강화할 수 있다.
업계에선 테슬라가 4680 원통형 배터리 적용을 통해 전기차 성능을 개선하고 원가를 절감한다면 향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가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향후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할지 관심이 모인다. 현대차는 현재 전기차 모델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필름주머니에 배터리 소재를 채운 형태로 공간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해 최대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데 용이하다. 다만 대량생산 및 열관리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이전부터 원통형 배터리 적용 사안을 검토해왔다. 또한 지난해엔 신형 하이브리드 모델에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합의한 바 있어, 전기차 모델에도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선 현대차가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도 기본적으로 차량 하단부에 쌓아서 구성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적용이 어려울 건 없지만, 업체들과의 협력관계 등을 생각했을 땐 현재와 같이 파우치형을 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에 적용되는 원통형 배터리와 전기차에 적용되는 원통형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설명도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에 적용되는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에 적용되는 것과 스펙이 다르다”며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적용하기 위해선 팩 자체를 새로 개발해야 해 둘을 연관시켜 생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기차 배터리는 아직까지 개발단계라 완성 전까진 다양한 시도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사업에 적용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역시 원통형 배터리 적용과 관련해 아직까진 신중한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두고 최적의 방식을 찾고 있다”며 “향후 배터리 업계의 개발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현대차가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테슬라만큼 이익을 보기 어렵다는 관점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원통형 배터리의 강점은 대량생산을 통한 비용절감에 있다”며 “흔히 배터리는 5만개 생산 단위마다 비용이 30%씩 절감되는데, 현대차는 테슬라만큼 연간 생산량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