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등 각종 경영지표 악화
BIS 기준 자기자본·기본자본 비율 하락, 손실위험도 가중여신비율·NPL·연체대출비율 상승
"충당금 대폭 쌓고 적정성 강화와 건전성 개선 위해 대출 규모는 조절하면서 수익성은 확대해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OK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영업 자산을 빠르게 늘리며 대기업 지위까지 오른 OK금융그룹이 각종 경영지표 악화에 흔들리고 있다. OK저축은행의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등의 경영공시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대기업으로 승격된 전후로 지표가 악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OK금융그룹은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이익 증가 등을 이유로 OK금융그룹을 대기업집단에 신규 포함했다.
그 중심에는 OK저축은행이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OK저축은행의 자산 총액은 12조24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9조162억원) 대비 35.85% 증가한 수치다. 저축은행 중 자산총액 10조원 돌파는 2020년 SBI저축은행에 이어 OK저축은행이 두 번째다. 자산 격차도 SBI저축은행과 크게 줄어 지난 2020년 2조2390억원에서 불과 1년 만에 9006억원으로 좁혀졌다.
무엇보다 종합통장대출(마이너스 통장) 증가세가 자산 성장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OK저축은행은 종합통장대출을 대거 취급하는 등 대출 영업에 힘입어 자산을 대폭 확대시켰다. OK저축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잔액의 경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조545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출에서 종합통장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6.60%에서 14.93%로 급증했다.
대출 자산 성장을 통해 대기업 반열까지 올랐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것이다.
16일 OK저축은행 통일경영공시에 따르면 자본적정성 지표는 일제히 악화됐다.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기본자본 비율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지난 3월 말 OK저축은행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기본자본 비율은 각각 10.56%, 8.98%로 집계됐다. 전년 말 대비 각각 0.2%p, 0.23%p 하락했다.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총 자산 중에서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과 안정성이 확보돼 향후 위기상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자산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손실위험도 가중여신비율과 순고정이하 여신비율, 고정이하 여신비율과 연체대출비율 모두 상승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OK저축은행의 손실위험도 가중여신비율은 27.09%로 전년 말(25.75%) 대비 1.34%p 급증했다. 손실위험도 가중여신비율이란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에 따라 총 여신 중 손실발생이 예상되는 부분을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자산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낮을수록 안정적이다.
고정이하여신(NPL)이 차지하는 비율도 상승했다.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 등급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합계를 고정이하여신으로 취급한다. 금융기관이 돈을 빌려주고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회수하지 못한 부실화 대출 채권을 의미한다.
OK저축은행의 NPL 비율은 7.57%로 전년 말(7.16%) 대비 0.41%p 상승했다. NPL 비율이 낮을수록 자산건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체대출비율 또한 증가했다. 연체대출비율이란 연체금액을 대출채권금액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 대출채권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OK저축은행의 연체대출비율은 4.07%로 전년 말(3.88%) 대비 0.19%p 상승했다. 은행의 보유 자산 중 가장 중요한 대출채권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대출채권 중 납입기일 내에 상환되지 않고 연체 상태에 있는 대출채권은 은행의 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당국이 다음달부터 한도성 여신 미사용액에 대한 충당금 적립을 의무화하면서 부담은 한층 더 가중됐다. 한도성 여신이란 마이너스 통장이나 카드 등과 같이 정해진 한도 내에서 수시로 돈을 빼서 쓸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OK저축은행은 전년 대비 3배에 달하는 1조5334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대출 규모가 큰 탓에 충당금 적립 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충당금으로 1193억원을 적립했지만 지난해 미사용 약정 금액이 7402억원에 육박했다. 금융당국의 사전 통지에 따라 충당금 적립도 많이 했지만 아직 턱 없이 부족한 액수다.
충당금은 충당금대로 쌓고 자본적정성 강화와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해 대출 규모를 조절하고 수익성도 확대해야 하는 과제가 숙제로 남았다. 일각에서는 OK금융그룹이 대기업 지정까지의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됐다는 승자의 저주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건전성 지표에 영향을 주었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를 대비해 충당금 적립을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