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역전 우려···한은 사상 최초로 0.5%p 올릴듯
기업대출은 올해도 증가세···대규모 부실사태 우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월 2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사상 최초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에선 한은이 금리를 크게 올리면 코로나19 사태 동안 급증한 가계·기업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14~15일(현지시간)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 목표 범위는 기존 0.75~1.00%에서 1.50~1.75%로 상향조정됐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한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28년 만이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되지 않자 내린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연준의 결정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범위 상단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1.75%로 같아졌다. 

연준은 올해 남은 FOMC에서도 추가로 0.75%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제롬 파웰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금리인상 폭이 일반적(common)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음(7월) 회의에서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시사했다. 골드만삭스는 FOMC 이후 "점도표는 7월 0.75%포인트, 9월 0.50%포인트, 11월 0.25%포인트, 12월 0.25%포인트 인상을 의미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서 한은은 다음 달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는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준이 0.5%포인트만 올려도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상단 기준으로 0.5%포인트 더 높은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한국은행이 7월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오전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일단 시장의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 총재는 지난 10일 한국은행 창립기념사에서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완화 정도를 조절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발언한 바 있어 빅스텝을 결정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 시장의 주된 판단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물가 상승세도 기대 이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까지 고려하면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은 꽤나 열려 있다”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으면 크게 불어난 가계·기업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한국은행의 ‘2022년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와 기업부채를 합한 민간신용이 약 4540조원 규모로 늘었다. 국내총생산(GDP)의 2.2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가계부채는 1862조1000억원으로 1년 사이 7.8% 증가했고, 기업부채는 2361조1000억원으로 10.7% 늘었다. 민간신용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특히 기업대출은 올해 들어서도 크게 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올해 5월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 대비 1000억원 줄었다. 반면 기업대출은 같은 기간 53조5000억원 크게 불어났다. 5월 한달 동안에만 13조1000억원이 불어났다. 5월 기준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일시적으로 대출 규모가 크게 증가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늘었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 원리금 상환을 하지 않은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위험성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상승으로 가계 부문이 대출 상환을 이유로 소비를 줄이게 되면 자영업자들의 매출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기간 동안 대출을 크게 늘렸지만 매출 감소로 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소비 부진이 더 심화된다면 부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 더구나 올해 9월 말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정책도 종료되기에 부실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부실 위험이 커지는 만큼 은행 등 금융사로 하여금 충당금을 더 쌓고 자본비율을 높이는 등 손실흡수력을 더 강화시키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금융사의 유동성 관리가 문제지만 이후 차주들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지난해 말부터 대손충당금을 늘리라고 주문한 만큼 건전성 관리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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