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수율 낮아 투자마저 위축
LCD 패널가 하락 실적 급감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저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율로 OLED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이익률이 높은 OLED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수율 부진과 함께 그간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건설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만큼 OLED 비중 확대가 쉽지 않단 평가다. 중국 업체들이 딜레마에 빠졌단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LCD 패널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중국 패널업체들은 OLED 추가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초기 투자가 시작된 이후 BOE, CSOT, 티엔마 등의 업체들이 OLED 라인을 10개 이상 증설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수율 문제로 지난해부터 OLED 장비 발주가 감소했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아이폰용 OLED 수율을 높이기 위해 박막트랜지스터(TFT) 회로 배선 설계를 임의로 변경했다가 애플에 적발돼 물량 배정이 중단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OLED 투자 부진은 수율 개선이 더딘 데 더해 10세대 이상 LCD 공장까지 증설한 상황에서 OLED 물량을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중국 업체들도 OLED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감가상각도 끝나지 않은 LCD 공장을 돌려야 하기 때문에 OLED 전환과 관련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딜레마에 빠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3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BOE는 460억위안(약 8조8100억원)을 투입해 중국 우한 지역에 건설한 비정질 실리콘(a-Si) 10.5세대 LCD 공장을 지난 2019년 11월부터 운영 중이고, 지난해 기판 기준 월 12만장 규모의 두 번째 LCD 라인도 가동을 시작했다. CSOT도 약 427억위안(약 8조2000억원)을 들여 건설한 11세대 라인에서 지난해초부터 LCD 패널을 양산중이다.

중국 허페이에 위치한 BOE의 10세대 LCD 공장 전경. /사진=BOE
중국 허페이에 위치한 BOE의 10세대 LCD 공장 전경. /사진=BOE

이런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은 LCD 패널가 하락으로 실적에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TV용 LCD 패널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로 지난해 6월에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다.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 패널 비중은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보업체 마켓스크리너에 따르면 BOE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5억5700만위안(약 6820억원)으로 전년 동기(130억2900만위안·약 2조5000억원) 대비 약 7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티엔마 영업이익도 7억3100만위안(약 1400억원)에서 5억4900만위안(약 1050억원)으로 약 2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중국 업체들이 LCD 패널 감산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BOE, CSOT, HKC 등 중국 패널사들이 오는 3분기 TV용 LCD 패널 생산량을 기존 계획 대비 15.8% 줄일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 전체 TV용 LCD 패널 물량은 당초 계획보다 1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가는 3분기부터 회복이 가능하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수요 부진이 길게 이어진다고 보고 감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지에서는 코로나19 봉쇄 여파도 이어지고 있어 중국 패널업체들의 실적 충격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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