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 가팔라질수록 증권사 채권손실도 급속 확대
1분기 증권사 채권손실만 1.4조원···특히 채권 장기보유사 손실 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국내 증권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수록 증권사가 보유 및 운용하고 있는 채권에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NH투자증권 등 몇몇 증권사는 금리상승에 따른 이익감소가 큰 편이라 근심이 깊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1분기에 이미 채권 분야에서 수 백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낸 상태다.

◇ 금리상승 가속화에 증권사들 ‘비상등’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75~1.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올해 국내 증권사들의 채권부문 손실 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채권은 매달 일정한 금액의 이자를 만기까지 지급하는 상품이기에 현금흐름이 현재 금리에 따른 가치로 평가된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의 가격은 하락하고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격은 상승하는 반비례구조다. 증권사들이 보유 및 운용하는 채권은 가치평가 변화가 손익계산서에 반영되기에 금리상승은 증권사로서는 악재에 해당한다.

이미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부터 본격화된 채권금리상승으로 손실을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국내 58개 증권사들은 채권 처분과 평가손실로 1분기에만 1조3652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50bp(0.5%)의 장단기 시장금리 상승이 일어난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 증권사들의 채권 평가손실 예상 금액은 약 9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이날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하면서 국내 금리 상승폭 역시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다음달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기를 희생해서라도 물가 불안 확산의 고리를 끊는 것이 우선으로 판단된다면 한국은행 역시 빅스텝을 고려할 카드로 인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공포는 국내 채권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3.666%로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증권사들로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손실과는 별개로 주식시장 위축으로 인한 브로커리지 수입 감소 등도 악재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금리 인상은 직접적인 채권 평가손실이나 증시하락에 따른 금융상품 평가손실과는 별개로 높아지는 금융비용 부담과 저조한 수익률 등으로 투자 대기자금이 이탈하는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냉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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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 장기보유 대형사 손실 지속되나

증권사들이 채권을 단기매매용으로 매입했다가 판다면 보유하고 있는 채권 규모에 비해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이 적다. 하지만 채권 보유기간이 긴 증권사라면 급격한 금리 상승 기간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NH투자증권은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손실 폭이 가장 큰 증권사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리테일 창구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ELS, DLS, RP 등 채권 관련 상품이 많은데 이들 상품은 판매량에 따라 의무적으로 일정량의 채권을 보유해야 하기에 금리에 따른 손익변동 폭이 큰 편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부터 금리 상승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4분기 20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올해 1분기에는 절반 수준인 1023억원에 그쳤다.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 부문에서 연결 941억원, 별도 851억원 손실을 낸 영향이 적지 않았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리 급등으로 채권운용에서 손실이 발생할 것은 예상했으나 예상치보다 훨씬 큰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정길원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NH투자증권에 대해 “전반적으로 금리, 자본시장 환경 변화에 종속되는 평이한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IB, 트레이딩부문 기저효과 감안시 상대적으로 감익 수준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목표주가를 기존 1만35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17.2% 하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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