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직원 1312명, 임금청구 집단소송 1심서 패소
‘밀실합의 무효’ 주장도 배척···“내부 위반있어도 효력 부정 못해”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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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KT 노동자 1300여명이 2015년 회사에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최근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으나, 이번 하급심 재판부는 KT가 ‘정년연장’ 등 보상 조치를 함께 도입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이기선 부장판사)는 16일 KT 전·현직 직원 13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 2건을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KT는 2015년 3월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고 만 56세부터 임금을 매년 10%씩 깎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노사 합의했다. 만 56세부터 4년에 걸쳐 매년 연봉의 10∼40%씩 총 100%를 삭감하는 내용으로, 정년을 2년 늘리는 대신 1년치 연봉을 덜 받는 취지였다.

이에 직원들은 “노조위원장이 회사와 밀실에서 합의를 체결했고, 이로 인해 1인당 10∼40%의 임금이 삭감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정년 연장과 연계해 임금피크제가 실시된 사안이므로, 정년 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한 가장 중요한 보상에 해당한다”며 “업무량 등과 관련, 명시적인 저감 조치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금 총액 측면에서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이 지급된 점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밀실합의에 의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내부적 절차 위반이 있었더라도 위원장이 노조를 대표해 체결한 합의 효력을 대외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확정된 대법원판결에 따른 법리다”며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당시 노조위원장이 노조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노사합의가 무효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KT의 경영 상황과 함께, 노조위원장이 재선출 된 점, 노사가 6차례 상생 협의를 열어 임금피크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협의한 점, 임금 삭감률에 대해 노조가 회사로부터 일부 양보를 얻어낸 사정도 있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부연했다.

KT 사측은 선고 이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이번 판결은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한 연구기관 퇴직자가 임금피크제에 반발해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확정한 이후 유사한 쟁점을 가진 첫 대규모 소송으로 주목받았다.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정년보장형(유지형) 임금피크제 방식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모든 임금피크제가 무효인 것은 아니라며 임금피크제 유효성을 판단할 기준으로 ▲도입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대상(보전) 조치의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도입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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