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년 금리 10년 만에 3.5% 선으로 올라서
조달 금액 늘리면 이자부담 커져···'오는 비는 피하자'
올해 자본성 증권 발행에 계속 소극적일 전망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서울 본점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보험사에 이어 대형 시중은행도 시중금리 급등의 여파로 자본성증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이 늘어나자 시중은행은 당초 계획했던 발행 규모를 줄였다. 금리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기에 시중은행은 자본확충 작업에 소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5년 중도상환옵션(콜옵션)이 붙은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를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 이사회에선 4000억원 규모로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목표치를 1000억원 줄였다. 최종 규모와 발행금리는 수요예측 후 결정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비슷한 시기에 후순위채 목표치를 낮췄다. 당초 10년 만기의 후순위채를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결정했지만 1000억원을 줄였다. 두 은행 모두 자본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이번 발행을 결정했다. 

시중은행이 잇달아 후순위채 발행 규모 계획을 줄이는 이유는 최근 시장금리가 크게 치솟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금리의 대표적인 지표인 국고채 3년 물 금리는 지난 13일 3.5%를 돌파했다. 지난 2012년 4월 6일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정부는 국고채 바이백(조기상환) 규모를 2조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는 긴급 조치를 취했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 발행규모를 늘리면 그만큼 이자부담이 커진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은 만기가 길거나 없고, 발행 금융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채권 원금을 전액 잃을 수 있는 등 위험성이 높아 일반 회사채보다도 더 많은 이자율을 제공해야 한다. 시중은행의 모기업인 금융지주도 최근 신종자본증권을 4% 중반 대의 고금리로 발행하고 있다. 더구나 금융시장의 변동성의 확대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투자자들을 모으는데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는 이미 자본성증권 금리 상승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보험사들은 자본건전성 지표 하락으로 인해 자본성증권 발행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금리가 크게 올라 울며 겨자 먹기로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자본성증권 발행 물량이 쏟아지자 투자자마저 구하기 어려워졌다. 

문제는 시장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긴축 기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14~15일 개최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번에 0.75%포인트의 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감행할 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에 맞춰 한국은행도 0.5%포인트 인상인 ‘빅스텝’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도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금융권에서 신용도가 가장 높은 시중은행도 당분간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를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월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로 자본확충을 결정한 우리은행도 목표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이 자본성증권 발행을 줄이면 그만큼 BIS비율 개선 속도도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BIS비율은 작년 말 대비 하락하거나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0.3%포인트, 0.45%포인트 떨어졌다. 국민은행은 0.23%포인트 상승했고, 하나은행은 변동 없었다. 기업대출이 크게 늘고 채권(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평가손실이 증가한 결과다. 

시중은행은 올해 기업대출을 더 많이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어 자본확충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다. 가계대출은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올해 들어 계속 줄고 있다. 대출자산 성장을 위해선 기업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아직 자본비율 여유치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굳이 자본성증권을 무리하게 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면 다시 자본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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