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인카금융서비스 청약부터 최소 청약단위 10주→20주로 높여
한투 주관 IPO는 타 증권사도 20주···신한금투도 최소 청약단위 상향
온라인 청약수수료도 한국투자증권이 주도해 타 증권사로 확산 전례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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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공모주 시장에서 ‘최소 청약신청은 10주’라는 불문율을 깨뜨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도하는 최소 청약단위 상향이 조만간 모든 증권사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한국투자증권의 뒤를 이어 최소 청약단위를 상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대형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온라인 고객에게도 청약수수료를 받으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결국 다른 증권사들도 점차 온라인 청약수수료를 받기 시작했고 현재 모든 대형증권사가 온라인 청약수수료를 받고 있다.

◇ 한국투자증권, 최소 청약단위 상향 주도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초부터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에서 최소 청약단위를 기존 10주에서 20주로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2월 7~8일 진행한 인카금융서비스 청약에서부터 최소 청약단위로 20주를 설정했다. 2021년 1월 전체 공모주식의 50% 이상을 균등배정하는 제도가 시행된 이후 비례배정이 존재하는 기업 IPO에서 최소 청약단위가 10주가 아닌 경우는 인카금융서비스가 최초다.

균등배정 제도가 시행된 이후 최소 청약단위로 10주가 아닌 IPO는 2021년 11월 상장한 카카오페이가 최초다. 당시 카카오페이는 20주를 최소 청약단위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는 당시 카카오페이가 비례배정이 없는 100% 균등배정을 내세웠기에 일어난 특수한 상황으로 여겨졌다.

인카금융서비스 청약 이후 진행된 브이씨 청약에서 한국투자증권은 최소 청약단위를 10주로 줄였다. 하지만 이후부터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한 모든 IPO는 모두 최소 청약단위가 20주로 통일됐다.

한국투자증권이 다른 증권사와 함께한 IPO에서도 모든 증권사 최소 청약단위가 20주라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노을과 대명에너지 IPO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한 삼성증권이나 지투파워 IPO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한 KB증권 역시 20주 이상부터 청약 신청을 받았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공동대표주관을 맡은 보로노이 IPO역시 모두 최소 청약단위가 20주였다. 삼성증권과 KB증권, 미래에셋증권은 다른 IPO에서 최소 청약단위로 10주를 설정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투자증권은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던 범한퓨얼셀 IPO에서도 최소 청약단위로 20주를 고수했다. 범한퓨얼셀 IPO에서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인수단으로 참여한 하이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는 모두 최소 청약단위로 10주를 설정했지만 유일하게 한국투자증권만 20주였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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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투 동참···온라인 청약수수료 확산 재현?

한국투자증권의 최소 청약단위 상향은 공모주 청약의 진입장벽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균등배정 물량이 1주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청약 신청을 하더라도 0주 배정시에는 증권사가 청약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기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수료도 받지 못하는 고객들로 전산 과부하만 늘어나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최소 청약단위를 20주로 고집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타 증권사들이 최소 청약단위 상향에 동조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3월 진행된 세아메카닉스 청약에서 최소청약단위를 100주로 설정했다. 당시 세아메카닉스의 공모가는 4400원에 불과했기에 최소청약단위 100주는 다소 불가피한 점도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달 상장을 시도했던 태림페이퍼 청약에서 최소청약단위가 20주로 설정됐다. 태림페이퍼는 수요예측 실패로 결국 청약을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대표상장주관사였던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최소 청약단위 상향을 시도했던 셈이다.

이어 신한금융투자는 이날부터 15일까지 진행되는 위니아에이드 청약에서 최소청약단위로 100주를 설정했다. 20주를 고집한 한국투자증권보다 5배나 높다.

신한금융투자가 한국투자증권보다 높은 최소 청약단위를 설정한 배경에는 증권업계 최초로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구축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서버를 직접 운용하는 타 증권사는 접속자가 몰리더라도 서버 및 회선 비용이 고정적으로 지출되지만 신한금융투자는 이용자 수에 따라 비용을 가변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시작된 최소 청약단위 상향 움직임이 신한금융투자를 거쳐 타 증권사로도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공모주 청약 열풍 초기 당시부터 온라인 고객에 대해서도 2000원의 청약수수료를 고수했다. 반면 다른 대형 증권사들은 온라인 고객에 대해서는 공모주 청약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온라인 고객에 대해서도 청약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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