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권 배분 배제 당해 국토부에 평가 공개 요청했으나 거절 당해
진에어 노조, 과거 ‘제재 고통’의 연장선상으로 해석

진에어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 사진=진에어
진에어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 사진=진에어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진에어 임직원들이 국토교통부 운수권 배분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넘어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된 데 이어 정보공개청구까지 사실상 거부당하자 정부 항공조직의 폐쇄성까지 지적하고 나선 모습이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는 10개 노선 운수권을 국적항공사들에 배분했는데, 진에어는 단 1개도 노선을 받지 못했다. 반면 경쟁사인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과거 대한항공 독점이었던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알짜노선으로 여겨진다. 한국기준 비행시간은 마닐라 정도인데 운임은 1.5배 이상이다. 관광 뿐 아니라, 비즈니스 수요도 있어 국토부 운수권 배분 시 항공업계에서 관심을 크게 가졌던 노선이다.

운수권 배분은 항공업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보통 1분기에 배분하는데 수시로 배분하는 경우도 있다. 항공협정을 맺어 자유롭게 오가는 곳들과 달리 제한적으로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모든 항공사가 매번 운수권을 배분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진에어 직원들이 불만을 터뜨린 이유는 따로 있다. 어떤 이유에서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는 구조 때문에 국토부가 의혹을 키운다는 것이다. 운수권 배분은 항공교통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이 위원회는 몇 명인지, 누가 포함되는지 파악할 수가 없다.

진에어 노조는 국토부를 상대로 평가 공개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진에어 노조는 “평가 지표에 따른 득점 현황 비공개 사유는 ‘법인, 단체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요청한 것은 각 항공사의 영업비밀이 아니라 규정에 따라 산정된 최종 점수를 알고 싶은 것”이라며 “득점현황이 영업비밀이라는 것이 납득이 가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회사 측이 아닌 진에어 노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직원들은 국토부 제재로 회사가 끊임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국토부 제재로 고통을 겪으며 진에어 직원들은 “왜 경영진의 과오 때문에 직원들이 직장을 잃어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한 바 있다.

그러다 코로나19 시국이 돼서야 제재가 풀렸고, 이번에 ‘위드코로나’ 속 이뤄진 운수권 배분 결과를 기대했는데 결국 배제 당하자 고통의 연장선상으로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상모 진에어 노조 위원장은 “행정소송 등은 노조가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고 장관에게 호소문을 올리는 것까지가 우리가 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고 전했다.

진에어 노조는 이번 운수권 배분 배제를 계기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항공조직 개혁까지 요구하고 나섰지만 업계에선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율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인사는 “아무래도 부동산 문제가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더 크다 보니 국토교통부 장관들은 항공 문제보다 부동산 문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이런 부분은 이번 정부에서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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