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타설 미루는 사업장 증가···장마철까지 겹치며 장기화될라 노심초사
원자재값 상승·공정지연 우려·주택시황 악화 등 건설업계 삼중고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수도권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세워져 있다. 레미콘 수급에 불균형을 이루며 결국 전국 상당수 건설현장들도 작업의 순서를 바꾸거나 셧다운에 돌입한 상태다. /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수도권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세워져 있다. 레미콘 수급에 불균형을 이루며 결국 전국 상당수 건설현장들도 작업의 순서를 바꾸거나 셧다운에 돌입한 상태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물류 운송에 동맥경화가 생기면서 건설업계의 연쇄 피해가 본격화됐다. 시멘트 출하가 차질을 빚자 레미콘 업체들이 가동을 멈추고, 결국 전국 곳곳의 건설현장에서 레미콘을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 아파트 공사현장은 공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후속 공정을 먼저 처리하는 현장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장마시즌까지 겹치며 공기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골조공사를 진행 중인 전국의 상당수 건설현장이 레미콘 타설 대신 후속 공정을 준비하는 등 공사 진행 순서를 조정하며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 내 고가 주택 사업장으로 알려진 래미안 원베일리 역시 콘크리트 타설이 중단하는 대신 파업에 영향이 적은 창호설치 등 후속공정을 우선 준비하고 있다. 그나마 이 현장은 공사가 어느 정도 진척된 상황이기에 대체 공정이 가능하지만 초기 골조공사 단계의 현장들은 대체할 수 있는 작업조차 없어 손 놓고 파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건설사가 피해를 입는 것은 자재 운반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건축물 골조의 핵심 재료는 레미콘이다. 그리고 레미콘의 핵심 원자재이자 건축설현장 내 골조의 핵심 원료인 시멘트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통해 운송된다. 그런데 국내 BCT의 상당수는 화물연대 소속인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시멘트 운송이 안 되니 삼표산업, 아주산업 등 레미콘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고, 레미콘 공급이 안 되는 전국 건설현장까지 셧다운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파업 시작 후부터 약 일주일동안은 현장에 비축해뒀던 자재로 버텨왔지만 이제는 바닥을 드러내면서 레미콘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파업 이후 근래의 시멘트 출하량은 평소 대비 5~1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문제는 시멘트 출하 중단사태가 길어지면서 시멘트 저장 시설인 사일로마저 꽉 차 시멘트 생산을 위한 가동도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멘트 공장이 멈춰섰다가 재가동해 정상화하기까지는 비용 뿐 아니라 시간도 일주일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뜩이나 철근 등 원자재값이 상승한 상황에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것이다.

계절적 특성상 시기적으로도 파업이 장기화되면 건설업계의 피해는 더욱 커진다. 통상 콘크리트는 양생(콘크리트가 굳을때까지 보호하는 작업) 작업은 혹한기(1~2월)나 혹서기(7~8월)를 피해 5~6월에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레미콘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공사가 어려워졌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얼마나 길어질지 몰라 더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파업이 끝나고도 공기지연이나 원자재값 상승 등 후폭풍이나 주택시황 악화 전망까지 감안하면 건설업계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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