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엿새째, 2시부터 협상 돌입
‘안전운임제’ 존폐·개선 주체 최대 쟁점
산업계 셧다운 위기에 ‘업무개시명령’ 요구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총파업 엿새째인 오늘 정부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존폐와 개선 주체를 두고 4차 교섭을 이어간다. 양측은 어제 10시간이 넘는 대화에도 어떤 성과를 얻지 못했다. 파업 장기화로 물류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화물연대와 총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7일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이후 네 번째 만남이다. 양측은 어제 10시간 넘게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 대화에서 가장 큰 쟁점은 안전운임제 일몰 존폐다.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으로 과로·과적·과속 운행이 굳어진 화물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정한 일몰 시점에 따라 연말 폐지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일몰 규정을 없애는 동시에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한정된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을 전 품목으로 확대할 걸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폐지 대신 일몰 연장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안전운임제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전면에 나서는 것엔 난색을 표했다. 안전운임제의 이해 당사자는 차주·화주이고 법 개정은 국회가 해야 할 몫이란 이유에서다.
협의가 성과 없이 끝난 뒤 양측은 각자 보도자료를 내고 협상 결렬의 책임을 상대방에 돌렸다. 국토부는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기존 입장만 되풀이해 결국 대화가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내부 논의 후 상호 절충지점을 무시하고 처음 안보다 후퇴한 안을 가지고 와 수시간 넘게 이어진 교섭에서 진전된 내용을 막판에 원안으로 돌렸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파업이 엿새째로 접어들면서 물류난도 확대되고 있다. 항만별 컨테이너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은 71.5%로 평상시(65.8%)보다 소폭 증가했다. 광양항과 울산항 등에선 화물이 하나도 드나들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철강·시멘트 등 일부 품목에서도 생산·출하량이 줄었다. 삼표산업과 아주산업 등 주요 시멘트 회사는 아예 공장 가동을 멈췄다. 국토부는 긴급 물량의 경우 경찰 보호를 통해 반출하고 기업별 자체 운송 인력 투입, 정부의 비상수송대책 등으로 대응 중이다.
건설업계도 유탄을 맞기 직전이다. 철근, 시멘트 등 주요 건자재 수급이 막혔기 때문이다. 파업 전 미리 비축해뒀던 자재도 이번 주부터 바닥을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주요 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겨 공사를 멈추는 현장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기업들은 정부에 엄중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31곳은 이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경제계 공동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아직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진 않았지만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화물운송 종사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다” 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화물연대 소속 3700여명이 약 120곳에서 철야 대기했다. 5860여명이 14개 지역에서 분산해 집회할 예정이다. 2만2000명의 조합원 중 약 27%에 해당하는 인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