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낙찰률 35.6%···6년 만에 최저치
“대출 규제 등 자금 조달 부담···매수세 위축”

/ 자료=지지옥션
/ 자료=지지옥션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 다시 침체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낙찰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평균 응찰자도 올해 들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고점이란 인식이 확대되고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보수적인 접근을 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지지옥션이 발생한 '5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35.6%로 전달 대비 19.7% 포인트 하락했다. 2016년 2월(35.1%)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낙찰률은 지난해 말 46.9%까지 하락했다가 올해 1월 48.6%로 반등한 이후 4월 꾸준히 올라 4월 55.3%까지 올랐지만 한 달 만에 30%대로 떨어졌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월 대비 8.3% 포인트 떨어진 96.8%를 기록했다. 1억원인 아파트가 9680만원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119.9%를 찍은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 3월 96.3%까지 떨어졌다. 4월 105.1%로 올랐으나 지난달 다시 90%대로 내려앉았다. 평균 응찰자 수도 올해 들어 가장 낮은 3.8명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이후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하는 데다 금융권의 강력한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등으로 아파트 경매 시장의 투자 열기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매 물건을 담보로 받는 경락잔금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의 일종으로 관리돼 정부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 받는다.

현재 서울 전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 40%, 9억원 초과는 20%로 적용되며 15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에는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올해부터 대출 총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받는 등 규제가 강화되며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10일에 시행된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후 매매시장의 매물 적체와 호가 하락이 영향을 끼쳤다”며 “아울로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연속 인상도 매수세를 위축시킨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햇다.

유찰을 통해 물건을 저렴하게 낙찰받으려는 수요가 많아진 영향도 크다. 현재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호가나 실거래가가 어느 정도 낮아졌지만 경매 감정가는 여전히 매매 호가나 실거래가보다 높은 상황이다. 1~2회 유찰 이후 경매 가격이 낮아진 후에 입찰에 참여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경매 물건이 유찰될 경우 최저 매각 가격은 20~30% 낮아져 다시 경매에 나오게 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관망하는 분위기가 뒤섞여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출 규제 완화와 부동산 세제 개편을 공약했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폐지하고 생애최초는 LTV 80%, 그 외 지역은 LTV 70%로 일원화 등을 약속했다. 이 연구원은 “대출 규제가 풀리면 낙찰가율이 다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아직 규제가 완화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하향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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