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반도체 특강 뒤 부처 논의 본격화···국회도 반도체특별법 개정 착수
여당, 특위 설치해 방안 모색···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 쟁점 예상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준비하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반도체 지원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후퇴한 수도권 정원 규제 해소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국회 벽을 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핵심 산업으로 보고 인력양성과 규제해소 등에 있어 범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열린 반도체 특강 이후 정부 부처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 인력 육성을 위해 교육부는 대학정원 조정, 국방부는 병역특례 등을 각각 살펴보기 시작했고 고용노동부는 반도체 관련 비합리적 절차 개선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장관이 직접 국회를 찾아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관련 강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정책 초점을 맞추면서 국회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회는 지난 1월 반도체 분야 지원을 주 내용으로 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반도체특별법)을 입법했으며 다음달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은 국무총리실 소속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설치하고 특화단지 비용·금융 지원, 세제지원과 부담금 감면 등 특례, 예비타당성 조사 단축 및 면제, 벤처투자모태조합 등을 활용한 투자활성화, 기업·기관·단체 간 협력 강화를 위한 연대협력협의체 구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법을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다소 미흡하단 지적이 나온다. 시설투자시 세제 혜택이나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 등에 있어 좀 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단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인력 양성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정부에서도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법령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특화단지 운영이나 계약학과 운영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초 반도체특별법 구상 당시 세제지원과 규제 완화, 인재 양성에 있어 현재보다 훨씬 폭넓은 지원 방안이 검토됐다. 세액공제는 R&D에 40~50%, 시설투자에 10~20%를 각각 지원하고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용수와 전기도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특히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을 1500명으로 늘리는 내용도 논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4월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특위를 출범하면서 초파격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지원 내용이 후퇴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는 지방대 소멸을 우려한 비수도권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으며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수준도 최대 20%에 그쳤다.
지난해 민주당 반도체특위 초대 위원장을 맡았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 측 관계자는 “반도체특별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입법 당시 빠진 내용들을 검토하고 현장 이야기도 들은 뒤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칭 반도체산업지원 특위를 설치해 공장입지 구축과, 비메모리 분야와 소부장 지원 강화 등 지원 방안을 모색하겠단 계획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반도체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인력 양성 방안을 모색하겠단 계획”이라며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리기 위한 입법안도 마련하겠단 방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나 국회 모두 우수 인력 확보를 전면에 내세우며 수도권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 필요성을 내비치지만, 막상 공론화가 되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집권여당이 대통령이 의지를 보이는 사안에 좀 더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지만 국회의원은 지역 민심을 무시할 수 없다”며 “지방 지역구 의원 입장에서 지역 내 대학이 쇠퇴할 수도 있는 사안에 선뜻 찬성하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