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정기예금 증가폭 전월 대비 10조원 이상 확대
요구불예금은 증가세 한풀 꺾여
저원가성 예금 축소에 자금조달 비용 상승 우려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정기예금은 증가폭이 확대되면서 시중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679조7768억원으로 전월 대비 19조1369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에는 전월 대비 1조1536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증가폭이 10조원 이상 커졌다. 또한 지난 2월과 3월에는 정기예금 잔액이 연속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기예금의 증가세가 점점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정기예금 잔액의 증가폭이 확대된 반면 요구불예금은 증가세가 둔화됐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703조6123억원으로 전월 대비 9296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 요구불예금 증가폭이 9조323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4월에는 요구불예금이 전월 대비 7조9824억원 줄어들면서 감소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요구불예금은 높은 증가세를 이어왔다. 저금리 기조와 주식시장 활황으로 이자율이 낮은 정기예금에 돈을 맡기기보다는 수시입출식 통장에 자금을 대기시켜두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난 까닭이다. 반면 정기예금은 금리가 0%대 수준으로 뚝 떨어지면서 자금 이탈 현상이 심화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상해 기준금리는 연 1.75%로 올라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정기예금 금리가 오른 데다 최근 증시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정기예금이 몰린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요구불예금이 줄고 정기예금이 늘어나는 현상이 달갑지 않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으로 금리가 0%대로 매우 낮아 자금 조달비용이 적게 드는 저원가성 예금으로 꼽힌다. 반면 정기예금은 요구불예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정기예금 비중이 확대될수록 조달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최근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예금금리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은행들의 조달비용 확대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또한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 인상은 자연스럽게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움직이는데, 정기예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가 높아지면 코픽스 금리도 상승해 주담대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요구불예금 대신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면 자금 조달에 투입되는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자금 조달비용이 확대되면 대출 금리 인상 유인이 커져 소비자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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